NBA

[이동환의 라커룸] NBA판 新엘클라시코의 등장, LA 더비!

이동환 인터넷 기자, 2012-01-30 11:48:48

현지 시간으로 지난 25일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는 재밌는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바로 LA 레이커스와 LA 클리퍼스의 ‘LA 더비’였는데요, 이 경기에서 양 팀은 어느 라이벌전 못지 않은 치열한 경기를 펼쳐 NBA 팬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이번주 라커룸에서는 이 치열했던 LA 더비 경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포츠에서 라이벌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라이벌은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스포츠 마케팅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고, 라이벌을 통해 작게는 팀, 크게는 스포츠의 역사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해외축구에서는 최근 경기 중 거친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스페인 프로축구리그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 FC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가 대표적인 라이벌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번 주 NBA에서도 엘 클라시코 못지않은 치열한 라이벌전이 펼쳐졌습니다. 바로 NBA에서 유일하게 한 홈 경기장을 쓰는 ‘멀지만 가까운 사이’ LA 레이커스와 LA 클리퍼스입니다.

두 팀의 경기에 대해 논하기 전에 이들이 NBA에서 어떤 역사를 만들어왔는가를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사실 지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두 팀은 LA 스테이플스 센터를 홈 경기장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라이벌이라고 하기엔 미안할 정도로 차이가 나는 팀이었습니다.

레이커스는 두말 할 필요가 없는 NBA 역사상 최고의 명문구단 중 하나입니다. 1948년 창단한 뒤 통산 16회 우승을 차지하며 17회 우승의 보스턴 셀틱스와 함께 NBA 역사의 쌍벽을 이루고 있으며, 2000년대 이후에만 무려 5번의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엘진 베일러, 윌트 체임벌린, 제리 웨스트, 카림 압둘자바, 매직 존슨,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까지 '퍼플 앤 골드'(Purple and Gold)’라고 불리는 레이커스의 황금색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들은 모두 시대를 주름잡은 최고의 선수들이었습니다.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대도시인 LA에서도 레이커스는 메이저리그 팀인 LA 다저스와 LA 에인절스를 제치고 LA 지역 최고의 인기 스포츠 팀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레이커스의 역사를 살펴보면 LA 시민들이 레이커스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클리퍼스는 어떨까요? 레이커스 앞에 명함을 내밀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역사가 참담합니다. 1970년 버팔로 브레이브스라는 이름으로 창단된 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 진출 횟수가 단 7회에 불과합니다. 통산 58회 플레이오프 진출을 일궈낸 레이커스의 8분의 1도 안 되는 숫자입니다. 승률도 참담합니다.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한 시즌은 단 6번에 불과하며, 2할대 승률 시즌은 10번, 1할대 승률 시즌은 3번이나 기록했습니다. 오죽하면 NBA 전문가들 사이에서 ‘저주 받은 팀’이라는 얘기를 들었을까요?

이런 레이커스와 클리퍼스와 ‘엘 클라시코’에 버금가는 라이벌전을 벌인다? 사실 몇 년 전으로만 돌아가면 웃음이 나오는 것도 모자라 기가 막힐 말도 안 될 소리입니다만, 분명한 것은 지난 시즌부터 두 팀의 지역 라이벌리가 조금씩 구축되기 시작했고(드디어!), 올시즌 두 팀의 경기는 그 어느 경기보다도 치열하고 감정적인 라이벌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레이커스가 클리퍼스의 위치로 추락했다면 굳이 라이벌이라는 말을 붙이지도 않았겠죠? 분명 클리퍼스가 레이커스를 위협할만한 위치로 올라갔기 때문에 라이벌이라는 표현을 쓴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클리퍼스가 어떻게 레이커스를 위협하고 있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 번째 요인은 바로 지난 시즌에 혜성처럼 등장한 클리퍼스의 괴물 신인 블레이크 그리핀입니다. 그리핀이야 지난 1년 6개월여 동안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이니 길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희망의 풀뿌리조차 보이지 않던 클리퍼스는 그리핀의 등장으로 미래를 얻었고 팬들의 관심을 얻었습니다. 지난 시즌 중 현지 LA 지역 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신이 LA 스테이플스 센터에 돈을 주고 경기를 보러 간다면, 코비 브라이언트의 경기를 보겠는가 아니면 블레이크 그리핀의 경기를 보겠는가?’라는 설문에서 그리핀의 경기를 보겠다는 대답이 더 많았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여전히 LA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이지만, 그리핀의 스타성은 첫 시즌부터 브라이언트를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핀은 폭발적인 운동능력에서 나오는 괴물 같은 덩크들과 그 어떤 빅맨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공격 기술로 많은 LA팬들을 매료시켰고, 클리퍼스의 홈경기가 있을 때면 늘 한산하기 그지없었던 스테이플스 센터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즌부터 레이커스와 클리퍼스의 경기는 예년과 달리 뭔가 묘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사실 과거 클리퍼스와 레이커스의 경기가 열릴 때마다 스테이플스 센터를 채운 대부분의 관중은 레이커스 팬들이었습니다. 레이커스와 클리퍼스의 인기 차이만큼 표 값 차이도 어마어마합니다. 따라서 표를 구매할 돈이 부족한 레이커스 팬들은 클리퍼스가 홈 팀, 레이커스가 어웨이 팀으로 설정된 경기를 보러 가곤 했습니다. 레이커스의 경기를 싸게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난 시즌 경기부터 클리퍼스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클리퍼스 선수들도 예년의 무기력한 플레이가 아니라 어떻게든 레이커스를 잡기 위해 집중력 있는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그 결과 경기가 너무 치열한 나머지 당시 레이커스 소속이었던 라마 오덤은 블레이크 그리핀과 신경전을 펼치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도 했습니다. 승리는 여전히 레이커스가 챙기곤 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난 시즌부터 두 팀의 경기 분위기가 달라질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올시즌을 앞두고 클리퍼스가 레이커스를 추격하는 두 번째 요인이 생겼습니다. 바로 클리퍼스가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인 크리스 폴을 영입하며 단숨에 강팀으로 올라선 것입니다. 클리퍼스는 크리스 폴-블레이크 그리핀-디안드레 조던 삼각편대를 구성하고 FA 시장에서 캐론 버틀러, 천시 빌럽스까지 영입하며, 구단 역사상 가장 큰 기대를 받으며 시즌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재밌는 사실은 원래 크리스 폴을 데려올 수 있었던 팀은 클리퍼스가 아닌 레이커스였다는 점입니다. NBA 팬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만, 시즌 개막 전 레이커스는 폴의 전 소속팀이었던 뉴올리언스와 트레이드 협상을 펼쳐 파우 가솔과 라마 오덤을 제3의 팀 휴스턴으로 보내고 크리스 폴을 영입하는 삼각 트레이드에 합의했었습니다. 레이커스의 황금색 유니폼을 입은 크리스 폴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었죠. 하지만 뉴올리언스는 지난 시즌 중반부터 운영권이 NBA 사무국의 수장 데이비드 스턴 총재로 넘어가 있었고 스턴 총재는 이것이 뉴올리언스 구단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갑작스레 트레이드를 철회했었습니다. 결국 레이커스는 다 잡은 폴을 놓치고 말았고, 팀의 핵심 멤버였던 라마 오덤은 트레이드 카드에 포함된 충격으로 레이커스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구, 결국 댈러스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이후 클리퍼스는 에릭 고든, 알 아미누 등 유망주 카드를 뉴올리언스에 보내고 크리스 폴을 영입하는데 성공했죠.

시즌 개막을 앞두고 폴을 놓치고 그 충격으로 팀 분위기가 엉망이 된 레이커스 입장에서 클리퍼스의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는 폴을 보면 당연히 배가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레이커스의 미치 컵책 단장은 인터뷰에서 “폴 트레이드 사건은 과거의 일이다. 이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사람이 어디 그렇게 마음이 쉽게 휙휙 바뀌는 존재인가요. 제아무리 철저한 비즈니스맨인 NBA 단장조차도 눈앞에서 놓친 NBA 최고의 슈퍼스타가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자신의 팀과 맞붙는 모습을 보면 괴로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면서 두 팀의 라이벌 구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기선을 제압한 쪽은 클리퍼스였습니다. 클리퍼스는 시범 경기에서도 레이커스에게 2전 전승을 거두더니, 정규시즌 두 팀의 첫 맞대결이었던 지난 1월 14일 경기에서도 또다시 레이커스를 격침하며 지극히 일방적이었던 두 팀의 관계가 바뀌고 있음을 알렸습니다. 이 경기에서 레이커스를 울린 남자는 바로 그들이 놓친 물고기(?) 크리스 폴이었습니다. 이날 폴은 자신의 올시즌 최고 기록인 33점을 쏟아 부으며 레이커스의 수비를 홀로 농락했고, 폴의 괴물 같은 활약에 힘입어 클리퍼스는 102-94로 승리했습니다.

정규시즌 클리퍼스-레이커스 1차전 크리스 폴의 활약 영상 보기


또한 비단 맞대결에서 뿐만 아니라, 올시즌 평균 관중 수에서도 클리퍼스는 레이커스를 앞서는 이변을 일으키고 있기도 합니다. (30일 현재도 클리퍼스는 평균 19286명의 홈 관중 수를 기록하며 평균 18997명의 레이커스에 앞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11일 후인 1월 25일, 이번엔 황금색 콘셉트로 바뀐 레이커스의 홈코트에서 두 팀은 다시 맞붙습니다. 사실 크리스 폴은 14일 레이커스 전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경기 막판 햄스트링 부상을 입으며 이후 5경기에서 모두 결장했는데요, 레이커스와의 2차전을 D-day로 정해놓고 복귀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레이커스는 3연패에 빠져있는 위기 상황이었고요.

두 팀의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은 감히 올시즌 가장 치열했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그야말로 혈투였습니다. 양 팀은 도합 6번의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고, 레이커스의 조쉬 맥로버츠는 클리퍼스의 레지 에반스와 더블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뒤에서도 신경전을 계속하다 또 다시 테크니컬 파울을 받고 경기장에서 강제 퇴장 당하기도 했습니다.

레이커스의 메타 월드피스(론 아테스트)도 그의 새로운 이름과 전혀 다르게 경기 내내 신경전을 펼쳤습니다. 3쿼터 중반 클리퍼스의 블레이크 그리핀과 루즈 볼을 잡으려고 뒤엉키는 과정에서 두 차례나 신경전을 일으켰고, 이후에는 클리퍼스의 크리스 폴과도 수차례 부딪히며 거친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오죽하면 레이커스 선수들조차 경기가 끝난 후 월드피스에 대해 “오늘만큼은 코트에 세계 평화는 없었어요(There was no world peace tonight)”라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경기는 4쿼터 막판까지 알 수 없이 흘러가다 결국 레이커스의 짜릿한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근소하게 경기를 리드하던 4쿼터 막판 레이커스는 월드피스의 3점슛과 바이넘의 연속 골밑 득점으로 승기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레이커스 쪽으로 승부가 기울면서 클리퍼스가 파울 작전을 시도하던 순간 또 다른 신경전이 펼쳐졌는데요, 바로 레이커스의 파우 가솔과 클리퍼스의 크리스 폴의 신경전이었습니다. 둘이 신경전을 펼친 배경은 이랬습니다. 폴은 코비 브라이언트, 파우 가솔과 트래쉬 토크를 하면서 가솔이 자유투를 던질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가솔이 폴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사실 코트 밖이었다면 키 큰 친구가 작은 친구를 귀여워하는 그런 훈훈한(?) 장면으로 보였을 수도 있는데, 문제는 가솔이 폴의 머리를 쓰다듬은 곳이 코트였고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솔이 자신의 머리를 만지자 폴은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고, 이에 뒤질세라 폴 역시 가솔의 머리를 만지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유치한 장면이긴 합니다.

파우 가솔과 크리스 폴의 머리 쓰다듬기(?) 신경전


경기가 끝난 후 폴은 가솔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지금 폴의 인터뷰를 들어보시죠.

“가솔이 제 머리를 만지려고 했는데 그게 정말 싫었어요. 저는 아들도 있는 유부남이에요. 가솔도 아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때 가솔은 자기의 아이의 머리를 만지듯이 제 머리를 만졌어요. 도대체 가솔이 무슨 의도로 그런 짓을 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가솔이 아이가 있는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저는 가솔의 아이가 아니라고요. 그래서 저도 기분이 나쁜 나머지 곧바로 가솔의 머리를 제 아이의 머리인 것처럼(like little Chris) 쓰다듬어줬어요”

이 인터뷰를 읽으시면서 유치함에 웃음이 터진 분이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확실한 사실 하나는 이제 레이커스와 클리퍼스의 경기는 NBA에서도 주목받는 최고의 라이벌전이 돼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올시즌 두 팀이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LA 더비가 플레이오프에서 펼쳐지는 일도 기대해볼만 합니다.

일단 이번 정규시즌 두 팀의 맞대결은 이제 단 1번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시간으로 4월 5일 경기라 좀 많이 기다려야 할 것 같네요. 과연 올시즌 NBA ‘新엘클라시코’의 승자는 누가될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 사진 - NBA 아시아 제공

제이앤제이미디어

주소
서울시 송파구 가락본동 49-4 3F
대표번호
02-511-5799
팩스
02-511-5502
contact
basket@jumpball.co.kr
Copyright 2001-2011 by J&J Medi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