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공유 페이스북공유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 스크랩하기
[조원규의 시원한 籠談]“농구는 즐거운 커뮤니케이션” 여준형, 여준석 형제와 아버지 여경익
조원규()
기사작성일 : 2018-02-16 09:23
[점프볼=조원규 칼럼니스트] 고무망치 일화를 아시나요. 미국은 자동차를 만들 때 문짝이 어긋나지 않게 고무망치로 두드려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은 고무망치가 필요 없었습니다. 설계와 부품 가공이 완벽했으니까요. 물론, 근본적인 설계와 견고한 솔루션에 관한 일화입니다.

그런데 농구라는 스포츠는 그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매 순간 상대의 선택이 예상한 그것과 맞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어쩌면 농구는 고무망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변수가 생겨도 우리의 준비가 어긋나지 않게 두드려주는 역할입니다.

고무망치를 제대로 두드리는 기술자가 중학교에 있습니다. 용산중 3학년(현 용산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여준석 (202cm)선수입니다. 2학년이 소년체전 결승에서 50득점 34리바운드를 올리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40-20’을 거뜬히 올리면서 2017년에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역대 최고의 중학생 선수’라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많은 유망주들처럼, 이 선수 역시 농구인 가족입니다. 아버지 여경익 씨는 부산동아고와 고려대에서 농구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형 여준형(199cm)은 용산고 2학년(현 3학년)입니다. 내년에 형제는 용산고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습니다. 두 형제가 함께 뛰는 올해 용산고는 벌써부터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농구로 행복한 세 부자를 용산고에서 만났습니다. (※ 본 기사는 점프볼 2018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인터뷰는 2017년 12월 9일에 진행되었습니다.)

여준석 “내년에는 대학 형들을 이기고 싶어요”

순위경쟁이 치열한 프로농구와 달리 아마추어 농구는 숨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시즌을 대비해서 체력과 조직력을 끌어올리고, 연습경기를 통해 이를 테스트하고 있죠. 용산고 역시 중앙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과 꾸준히 연습경기를 갖고 있습니다. 여준석은 연습경기에서 대학 정상급 센터들에게 밀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Q. 요즘 대학 형들과 연습경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해볼만한가요?
여준석_ 갑자기 큰 형들과 경기하니까 많이 힘들었어요. 중학교에는 저보다 큰 선수가 없고, 힘에서도 이길 자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대학 형들은 확실히 힘에서 차이가 나요. 고려대와 연습경기에서 (박)정현 형을 만나 고전했죠. 오래 뛰지 않았는데도 8점 정도 내준 것 같아요.정현이 형은 키가 큰데 힘도 좋아서 힘들었어요. 

Q. 대학생 형들과 경기를 하는데 여유가 있어서 많이 놀랐어요.
여준석_ 피딩이나 픽앤롤로 외곽 형들을 살려주는 것을 신경 쓰고 있어요. 김태완(용산고 2년, 가드) 형과 야간훈련 중에 호흡을 많이 맞추고 있는데,  아직 안 맞는 부분도 있지만 금방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대학 형들을 이기고 싶어요.

Q. 대학 형들을 이길 수 있어요?
여준석_ 이번 봄은 너무 빠르고, 가을쯤에는 형들을 모두 이기고 싶어요. 제 또래 중 라이벌은 없다고 생각해요. NBA에 진출하는 꿈을 이루려면 그 형들을 빨리 넘어서야 해요.

Q. NBA에 진출하고 싶어요?
여준석_ 꼭 가고 싶어요. 다들 (한국선수의 NBA 진출은) 어렵다고 하잖아요.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중국 선수들도 가잖아요. 저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목표가 있으니 운동도 더 열심히 하게 되요. 영어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Q. 올해 NBA 캠프에도 다녀왔어요. 외국선수들과 경쟁은 어땠어요?
여준석_ 호주를 제외하면 괜찮았어요. 호주는 키가 크고 몸도 좋아서 힘들었습니다. 중국에는 230cm 선수가 있었는데, 호주 선수들보다 덜 힘들었어요. 캠프에서 올스타 20명을 뽑았는데 이현중, 이두원 형과 함께 선발됐습니다.

더 큰 무대에서의 경쟁을 위해 해외진출을 선택하는 유망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양재민(연세대)의 스페인 무대 도전에 이어, 이현중(삼일상고 3학년)이 호주행을 선언했죠. 여준석 역시 “예전부터 꿈이 NBA 진출”이라는 인터뷰를 수차례 했습니다. 특히 지난 12월, 박지성을 처음 만나고 “같은 운동선수로서 설레었다”며 “반드시 해외에서 뛰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아버지 여경익 씨의 생각입니다. 국내 대학 진학과 해외진출 모두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해외진출과 관련해서 솔깃한 제안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농구가 아닌, 영어와 학업에서의 어려움 때문입니다. 물론 결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들의 의지입니다. “아버지는 보다 신중하고 경험 많은 조언자일 뿐”이라고 여경익 씨는 선을 그었습니다.

Q. 좋아하는 선수가 르브론 제임스라는 인터뷰를 봤어요.
여준석_ 요즘 가장 관심 있는 선수는 야니스 아테토쿤보(밀워키 벅스)입니다. 센터와 맞먹는 큰 키에 운동능력이 좋고 힘도 좋아요. 슛은 없지만, 속공이나 드라이브인 마무리, 올 어라운드 능력을 배우고 싶어요. 르브론 제임스도 여전히 좋아하는데, 요즘은 아테토쿤보의 플레이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Q. 아데토쿤보와 경쟁해야 하는데, 춘계연맹전에서 김도은(당시 호계중 3학년)에게 고전하기도 했어요(웃음).
여준석_ 도은이가 이긴 경기죠. 팀은 우리가 이겼지만. 그런데, 그 날은 도은이 3점슛이 정말 잘 들어갔어요. 원래 그 정도로 잘 들어가지는 않았는데…(웃음). 한 번은 고전할 수 있어요. 그런데 두 번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매 경기 40점 이상을 넣을 수 있지만 도은이는 힘들지 않을까요? 

※ 2017년 춘계연맹전 준결승전이었던 삼일중과 호계중의 경기는 오랫동안 기억될 멋진 경기였습니다. 여준석은 34분을 뛰며 49득점 24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고, 호계중 에이스 김도은(186, 가드)는 59득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두 선수는 후반전에만 31득점, 30득점을 기록하는 엄청난 득점경쟁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승리는 동료들의 지원이 더 많았던 삼일중에게 돌아갔습니다.

Q. 득점이 많은 반면, 혼자 한다는 평가도 있어요.
여준석_ 동의하지 않아요. 경기를 보면 아시겠지만, 제 점수의 대부분은 풋백 득점입니다. 중학교는 다 나보다 머리 하나가 아래에요. 포지션에 대한 아쉬움이 옛날부터 있는데, 어쩔 수 없잖아요. 
 
여준석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짧은 말에 본인의 생각을 명확하게 담아내는 것이 중학생답지 않았습니다. 포지션에 대해 언급할 때는 성숙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면, 형은 동생에 비해 신중했습니다. 민감할 수 있는 질문에도 침착함이 있었습니다.

### 여준형 “3년 안에 국내에서 최고가 될래요”

Q. 동생이 더 유명해서 힘들지 않아요?
여준형_ 전혀 없어요. 누가 농구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괜히 기분이 나빠요. 그런데 동생한테는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삼일에 있을 때 다른 선수들한테는 경쟁심이 있었어요. (하)윤기 형이나 (이)현중이가 너무 잘하니까…. 준석이한테는 그런 감정이 없어요. 그런데 가끔 준석이 찬스를 봤는데 공을 안 줄 때가 있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괜히 그럴 때가 있어요(웃음).

Q. 동생은 NBA를 가겠다고 하는데, 여준형 선수는 어때요?
여준형_ 아직은 아니에요. 대한민국에서 먼저 톱을 찍고 해외로 가고 싶어요. 대학교 2학년 때까지는 톱으로 올라가는 것이 목표에요. 해외진출은 그 다음입니다. 대회가 모두 끝나고 피지컬트레이닝을 받고 있어요. 일주일에 3일을 하는데 정말 힘들어요. 그런데, 힘들수록 쾌감을 느낍니다. 몸무게가 80kg에서 89kg으로 늘었어요. 아버지가 인간승리라고 해요(웃음).

Q. 최고가 되기 위해 어떤 점을 집중 보완하고 있나요?
여준형_ 일단, 힘이 너무 부족해요. 그래서 피지컬트레이닝을 열심히 받고 있습니다. 경기 중에는 기복이 있고, 멘탈이 흔들리면 빨리 회복하지 못하고 오래가는 경향이 있어요. 슛을 몇 개 던졌는데 안 들어가면 스스로 힘들어해요. 

Q. 최고가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선수가 있다면 누구에요?
여준형_ 이현중이요. 대학과 고등학교 모두 합쳐서 가장 막기 힘들어요. 내·외곽에서 다 득점이 가능하고, 어떤 방식으로도 넣을 수 있는 신기한 스타일이에요. 중학교 때부터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고, 현중이를 넘어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Q. 이현중과 비교해 여준형의 장점은?
여준형_ (한참을 생각하다) 드라이브인은 제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아닌가? (웃음) 

Q. 용산고 전학 이후 기록이 좋아졌어요. 이유가 있나요?
여준형_ 삼일은 (이)현중이와 (하)윤기 형이 있잖아요. 용산에서는 제가 많은 것을 해 볼 수가 있었어요. 연습경기 때 해보고, 되니까 계속 하게 되고…. 누구와 함께 뛰어도 맞출 수 있고, 제가 직접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 여준형은 춘계연맹전 6경기에서 총 49점(평균 8.2점)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종별에서는 예선 3경기 만에 78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춘계연맹전에서는 무득점 경기도 있었던 반면, 종별에서는 출전한 5경기에서 모두 20득점 이상을 적립하며 평균 25점을 올렸습니다.

Q. 닮고 싶거나 좋아하는 선수가 있나요?
여준형_ 벤 시몬스(필라델피아 76ers)와 송교창(전주 KCC) 형이요. 교창이 형은 어릴 적부터 멋있었어요. 제 우상이에요. 벤 시몬스는 NBA에서 보기 힘든 스타일이잖아요. 슛이 없는데 경쟁력을 키워가는 모습이 신선합니다. 저는 슛도 좋은 벤 시몬스가 되고 싶어요.

Q. 내년 용산고 전력이 최강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성적이 어떨 것 같아요?
여준형_ 전주고등학교가 가장 어렵습니다. (이)두원이가 키가 큰데 득점을 잘하고 블록도 좋아요. (신)동혁이와 (김)형준이도 일찍 운동을 해서 언제든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도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준석을 바라보며) 우리 팀 전력이 워낙 좋아요.

여경익 씨는 “준형이가 현중이, 윤기와 함께 뛰면 안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소극적으로 변한다는 것이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요? 

###  여경익 “2년의 차이는 무시 못해요”

Q. 동생이 형보다 더 주목을 받고 있어요. 불편한 점은 없나요?
여경익_ 준형이는 6학년, 준석이는 4학년 때 농구선수를 시작했어요. 중3 때 경기를 하면, 준형이는 3년 구력으로 경쟁해야 하지만 준석이는 5년 구력입니다. 그 차이는 굉장히 큽니다. 상대는 6년, 7년의 구력일 수도 있잖아요. 여기에 준형이는 아직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에서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준형이도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Q. 농구선수 출신인데, 아버지와 비교하면 아들들은 어떤 것 같아요?
여경익_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농구를 했는데, 농구를 하는 것이 즐겁지 않았어요. 대학교 1학년 때 8번을 도망갔고, 결국 선수생활을 접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농구를 시킬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집 근처에 박찬숙 농구교실이 생기면서 아이들이 농구를 접하게 됐고, 먼저 농구를 하겠다고 했어요. 만류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즐겁게 농구하길 바라고 있어요.

Q. 유망주였는데 선수생활을 일찍 그만뒀어요. 그 이유가 농구가 즐겁지 않아서였나요?
여경익_ 제가 농구할 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랐어요. 저는 매일 고통스러웠습니다. 달리기를 많이 했는데 달리는 이유를 몰랐고, 분위기도 많이 강압적이었죠. 아이들은 서효범 선생님께 기초를 배웠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선택이 좋았습니다. 체력훈련을 많이 안하고, 공을 많이 갖고 놀았어요. 기본기 중심으로 농구를 즐겁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Q. 농구선수 출신 아버지라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여경익_ 농구를 직접 했기 때문에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팀의 패턴이나 아들의 심리 같은 것들이죠. 그런 점은 장점인 것 같고…. 그런데 보이는 대로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아버지고, 제가 보는 것이 아들 중심일 수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아이들 선생님과의 소통은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부적절한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고, 아이들에게도 너무 많은 주문을 하는 것이 아닐까 돌이켜 볼 때가 많습니다. 

Q. 장점이 더 많아요? 단점이 더 많아요?
여경익_ 그래도 장점이 더 많죠(웃음). 아이들과 농구로 어울릴 수 있잖아요. 요즘도 가끔 아이들과 같이 농구를 합니다. 농구하는 것이 가장 즐겁고, 끝나고 삼겹살을 먹는 것도 즐거워요.

여준형과 여준석 형제에게도 아버지와 농구하는 것이 즐거운지 물어봤습니다. 보통의 아버지들은 자녀가 자신과 어울리는 것을 즐거워한다고 착각하고, 많은 자녀들은 의무감(?)으로 어울려주기도 하니까요. 대화를 하며 화제는 자연스럽게 부자간, 형제간의 소통으로 넘어갔습니다.

###  30년 만에 만난 아버지

Q. 아버지와 농구하는 것이 즐거워요?
여준형_ 좋아요. 끝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여준석_ 저도 좋아요. 그런데 요즘은 아빠의 힘이 예전 같지 않아요. 연세를 많이 드셨구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웃음).

Q. 아버지가 농구선수였어요. 좋은 점이 많아요? 불편한 점이 많아요?
여준형_ 좋아요. 우리가 힘들어하는 것을 잘 아세요. 옛날에는 불같아서 무서웠는데 지금은 좋아지셨어요. 옛날에는 많이 혼났죠.

여경익_ (여준형에게) 너보다 준석이가 많이 혼났지. 준석이가 고집이 세고, 사고를 많이 쳤어요. 진열장 유리를 박살낸 적도 있고, 장난감을 던져서 준형이 눈 옆이 찢어지기도 했습니다. 

여준석_ 혼은 제가 많이 났어요. 제가 생각하는 대로 안 되거나 목표했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삐지고, 화내고, 거짓말도 많이 했어요. 머리가 좋지는 않아서 하루도 지나지 않아 걸리고, 그래서 더 혼났습니다. (웃음)

Q. 왜 그렇게 많이 혼냈어요?
여경익_ 아버지가 30년을 집에서 나가 계셨습니다. 돌아오시고, 6개월 만에 돌아가셨죠. 아버지의 역할을 몰랐습니다. 누군가를 보면서 배워야 하는데,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아이들을 이해하고,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내가 더 중요하고, 내 일이 더 중요했어요. 돌이켜보면 농구도 그랬어요. 잘못한 부분에 대한 지적만 했습니다. 지금은 변하려고 합니다. 농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내가 더 힘들게 하면 안 되니까요.

여준형_ 과거에는 심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중학교 1학년 때는 혼나고 많이 울었어요. 그냥 서러워서. (웃음)

여준석_ 많이 혼나니까 미리 예상이 되요. 오늘은 이런 것으로 혼나겠구나(웃음).

Q. 엄마는 어땠어요? 많이 위로해 주셨나요?
여준형_ 엄마는 말씀을 잘 들어주셨어요. 아빠가 무서울 때 엄마와 많이 애기했어요.

여준석_ 많이 들어주실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아니에요. 책을 읽어야 한다고 잘 안 들어주세요. 요즘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대화 시간이 줄었어요.

여경익_ 아이들 엄마가 최근까지 일을 했어요. 지금은 집에 있는데,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운가 봐요(웃음).

여준형은 “친구 같은 엄마”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신세대 용어나 정서를 많이 알고, 대화를 많이 하는 엄마라는 것이죠. 인터뷰를 하며, 무서운 아빠는 두 아들을 무서운 선수로 만들었고, 친구 같은 엄마는 두 아들을 또래의 친근한 중고등학생으로 성장시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농구는 즐거운 커뮤니케이션

여경익 씨에게 농구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여경익 씨는 농구를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라고 표현합니다. ‘농구’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아이들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기가 끝나면 불같이 아이들을 질책하던 ‘무서운 아버지’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며 ‘소통하는 아버지’로 변하고 있습니다.

공을 하나 넣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 농구를 시작한 여준형. 그런 형을 따라서 농구를 시작한 여준석. 두 선수는 NBA 진출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꿈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땀을 흘리는 두 아들에게 위로는 주말에 아빠와 함께 밥 먹고 영화 보는 시간입니다. 농구를 잘하기를 원했던 아버지가, 농구로 지친 아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길 원하면서 만들어진 작은 변화입니다.

청소년기를 지나지 않은 아이들의 성장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정신적 성장속도는 어떨까요? 부모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고, 상처받지 않게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소통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준비할 수 없는 영역의 것들을 미리 준비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눈은 NBA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경익 씨의 눈은 그 이후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준형이의 주민등록증이 나오면서 뭔가 뭉클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어른이구나. 지금은 농구를 하고 있지만, 농구를 하지 않을 때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때한 준비를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표현한 이유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농구에서 해외진출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은 부담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이들은 꿈을 꾸고 있고, 아버지는 꿈을 꾸는 아이들이 대견합니다.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고, 꿈이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하지만 과정과 속도는 신중합니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신중한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신뢰합니다. 아버지의 변화를 통해 ‘아이들의 꿈’은 ‘공동의 목표이자 프로세스’가 되었습니다. 

###  노력이야말로 잠재력의 자물쇠를 푸는 열쇠

“각자 성격과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요. 다르지만 서로의 장점이 분명히 있는 선수들이고. 항상 뭔가를 더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두 선수의 공통적인 장점입니다. 자기들이 이것도 부족하고 저것도 부족하고, 항상 한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더 많이 노력하는 선수들이에요.”

여준형을 지도하고 여준석을 지켜본 용산고 이세범 코치에게 들은 두 선수의 장점입니다.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한데, 두 선수는 이미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경쟁력을 키워가는 것이 장점이라고 합니다. 과제도 함께 들었습니다. 여준형은 몸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자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고, 여준석은 농구에 대한 이해도를 계속 높여가라는 주문을 했습니다.

위대한 운동선수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입니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어릴 때 훈련하면서 단 한 번도 시계를 본 적이 없다”는 말은 유명하죠. 매일 1,000개의 슛을 성공시킨 이후에야 하루의 훈련을 마친 이충희 일화도 유명합니다. 두 레전드는 중고등학교 시절 농구부에서 쫓겨난 경험이 있다는 공통점도 있어 땀의 가치가 더욱 돋보입니다.

네이스미스 20세기의 감독상을 수상한 펫 서밋은 “내가 너를 이기는 법은 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라고 했습니다. NBA는 세계 최고의 재능들이 경쟁하는 무대입니다. 수많은 경쟁자 중에 두 선수보다 피지컬이 떨어지는 선수들은 많지 않습니다. 노력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노력 없이 성취할 수 있는 도전은 아닙니다.

NBA로 향하는 험로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수많은 변수들이 있습니다. 그 변수를 예측가능한 상수로 만드는 하나는 ‘땀의 가치’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땀의 가치’를 존중하는 유능한 조력자입니다. 땀의 가치를 아는 도전자. 아버지라는 이름의 훌륭한 조력자. 이들이 서로 위로하고 소통하며 도전하는 과정이, 한국농구의 희망이 되고 역사가 되길 희망합니다.

소개 
점프볼 칼럼니스트 조원규는 ‘농구잡담’ 블로그를 운영하는 행사기획 전문가다. 2017년 12월호부터 ‘조원규의 시원한 籠談’을 통해 다양한 농구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진_신승규, 한필상 기자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