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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리는 서로의 활력소! KB 김보미 & 고려대 배경한 코치
이원희(mellorbiscan@naver.com)
기사작성일 : 2017-12-28 12:12
[점프볼=이원희 기자] 누구나 한 번쯤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나게 된다. 여자프로농구 KB스타즈 김보미(30)에게는 2017년이 터닝 포인트로 남지 않을까 싶다. 식스맨에서 벗어나 주전으로 올라서 팀의 선두질주를 이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터닝 포인트에도 계기가 있었다. 바로 지난 5월, ‘동반자’ 배경한 고려대 코치(34)와의 백년가약을 맺은 것이다. 서로의 직업 탓에 자주 만나고 오래 함께 하지 못하고 있지만, 서로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는 김보미에게 2017년은 코트 안팎에서 의미 있는 일이 많았던 한 해였다. # 본 기사는 점프볼 2017년 12월호에 게재된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오빠, 우리 결혼한 거 맞아?

인터뷰는 11월 16일 KB스타즈의 천안숙소 근처의 카페에서 이뤄졌다. 어렵게 잡은 인터뷰였다. 김보미와 배경한 코치를 같은 공간에서 만나기 위해 여러 과정을 거쳐야 했다. 다행히 김보미의 소속팀 KB의 협조와 안덕수 KB 감독의 배려, 휴일을 포기하고 달려온 배경한 코치의 희생(?) 덕분에 인터뷰 일정을 조율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자만 어렵게 만난 건 아닌 것 같았다. 김보미와 배경한 코치는 오랜만에 서로의 얼굴을 봤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는 40여분 정도 진행했다. 이 정도로 오랜 시간 같은 장소에 함께 있었던 적도 많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결혼한 지 6개월여밖에 되지 않은 신혼부부. 하지만 현역 농구선수와 대학농구부코치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데이트하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서로 든든한 힘이 돼주는 것은 분명했다. 하루의 시작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달콤한 아침 인사, 자기 전에는 영상통화를 통해 웃고 떠들며 고단했던 하루를 마무리한다. 둘이 처음 만난 건 약 3년 전쯤이었다. 김보미가 KEB하나은행에서 활약했던 시절, 팀 트레이너의 소개로 배경한 코치와 처음 인사를 나눴다. 김보미는 “제 이상형은 선생님이에요. 당시 트레이너 코치님에게 초등학교 교사를 소개받기로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분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때 남편은 휘문중 코치를 하고 있었어요. 제가 운동선수 출신은 안 만나려고 했거든요. 하지만 남편은 제가 마음에 든다고 했고, 저만 괜찮다고 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이미지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만나자고 했어요(웃음)”

이렇게 되면 배경한 코치도 할 말이 많을 거 같았지만, 그는 해바라기 같았다. 배경한 코치는 “둘이 농구선수 출신이어서 좋은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운동을 오랫동안 해왔으니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줄 수 있을 거라고 봤죠. 제가 코치이고, 아내는 선수잖아요. 생활의 공통점이 많으니 대화가 쉽게 끊기는 법이 없어요. 서로 다른 일을 하면 전문지식이 없으니 대화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잖아요. 실제로 우리는 생각하는 거나 행동하는 게 비슷해요. 연애 때는 싸우더라도 대화를 통해 쉽게 풀리곤 했죠.”
 
이때 김보미가 배경한 코치의 팔을 꼬집는다. 배경한 코치는 “그렇다고 이런 이유로 아내와 결혼한 것은 아니에요. 가장 큰 이유는 얼굴이 예뻐서예요. 지금도 가끔 왜 결혼했냐고 물어볼 때가 많은데, 얼굴 때문에 결혼했다고 답해줘요.”

둘의 데이트는 일주일에 많으면 2~3번. 그렇지만 보통 한 번 만날 때는 30분 정도 보는 것이 전부다. 배경한 코치는 “어떨 때는 경기장에서 5분 정도만 보고 헤어질 때도 있다”고 했다. 김보미는 “남편이 시간이 있어도 2~3주에 1번 볼 때도 있었어요. 안덕수 감독님이 비시즌인데도 주말에 쉬게 해주시지 않았죠(강조). 남편도 고려대 코치로 가면서 더 바빠졌어요. 아무래도 코치진에서 가장 막내이니 마음대로 일정을 조정할 수 없어요. 결혼하면서 안정감도 생기고 연애 때보다 좋은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자주 못 만나는 건 마찬가지예요. 어느 날 문득 내가 결혼을 한 건지, 아니면 연애를 계속 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남편에게 우리는 마치 사이버 연애를 하는 것 같다고 투정을 부렸어요. 우리 직업상 얼굴 보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괜히 남편을 못 본다는 마음에 심술이 난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럴 때마다 배경한 코치는 “미안하다”며 아내를 위로했다. 김보미는 “내가 짜증을 부릴수록 남편은 내게 더 잘해줬어요. 오히려 더 미안해져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짜증을 잘 내는 성격이어서 다 받아주는 사람을 만나겠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은 힘든 상황에서도 연락을 잘해주고 답장도 바로 와요. 한 번은 교회를 안 다니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면 안 만난다고 한 적 있어요. 이후 남편이 혼자서라도 교회를 가고, 담배도 당장 끊지 못하지만 조금씩 줄여나가겠다고 약속했어요. 진짜로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졌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남편과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연애 3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배경한 코치는 “(김)보미를 만나서 성격이 바뀌었어요. 젊었을 때는 화를 낸다거나 욕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보미를 만나고 그런 부분이 없어졌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됐어요”라고 했다.

프러포즈, 내가 너무 쉽게 허락했나봐

김보미는 배경한 코치가 프러포즈한 날을 떠올렸다. 김보미는 “남편과 결혼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혼 때문에 헤어지기도 했죠. 남편과 같은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우리 집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거든요. 남편이 기독교를 믿는 게 아니니깐 혹시나 부부갈등이라도 일어날까 걱정됐어요. 집안 때문에 결혼은 힘들 것 같다고 얘기했죠. 그럴 때마다 남편은 잘 할 수 있으니 믿어달라고 했어요. 행동으로도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면서 ‘이 사람 믿어도 되겠구나’라는 마음이 들었죠. 그러던 어느 날, 결혼을 전제로 제게 허락받고 싶다고 다이아몬드 반지와 꽃을 주더라고요. 결혼해달라고요. 드라마에서 프러포즈 장면을 보면 왜 우나 싶었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였어요. 감동을 받으니 생각할 틈도 없이 허락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웠어요. 남편 애를 더 태워야 했는데….” 

색시의 이런 투정이 귀여웠던 것일까. 배경한 코치가 옆에서 웃었다. 배경한 코치는 “가족, 동반자가 생기면서 마음에 안정을 찾게 됐어요. 저도 모르게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고요. 어렸을 때는 힘든 일이 있으면 안할 때가 종종 있었는데, 지금은 가정이라는 책임감으로 모두 해내고 있어요. 저도 언제나 아내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죠. 우리가 농구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처음 만났을 때는 농구 얘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김)보미가 부상에 시달리기도 했고 컨디션도 올라오지 않으면서 농구로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하지만 2년 정도 지났나. 그때부터 아내가 먼저 농구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구하더군요. 제가 선수 시절 보미와 비슷한 포지션에서 뛰었거든요. 저만의 노하우를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김보미는 “처음에는 농구 얘기가 정말 싫었어요. 제 플레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옆에서 지적하면 기분이 좋지 않았죠. 온 종일 감독님과 코치님에게 농구 얘기를 들었는데, 남편에게까지 듣고 싶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점점 생각이 변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것과 코치진이 보는 관점, 또 제3자도 다르게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남편의 조언 덕분에 오히려 욕심이 생겼고요. 어떤 문제에 대해 개인 지도를 해주니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보완할 수 있게 됐어요”라고 고마워했다. 

오빠, 나 이렇게 농구 잘할 줄 몰랐어

김보미는 올 시즌 최고의 출발을 보이고 있다. KB는 1라운드 주장 강아정이 부상을 당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베테랑 김보미가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11월 1일 우리은행 전에서는 3점슛 4개 포함 12점을 기록했고, 11월 6일 신한은행 전에서도 11점 6어시스트로 활약했다. 덕분에 KB는 강아정이 없었던 이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안덕수 감독은 김보미의 역할이 컸다고 칭찬했다. 김보미도 자신의 활약에 놀란 눈치였다. 김보미는 “이렇게 농구를 잘할 줄 몰랐어요. 항상 농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다른 선수들을 보며 연구도 많이 했어요. 덕분인지 올 시즌 좋은 플레이가 많이 나오고 있네요. 기량이 좋은 선수들 사이에서 뛰다 보니 저에게도 득점 기회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뛸 수 있는 시즌이 많지 않기 때문에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솔선수범하겠다는 마음으로 코트에 나서고 있죠. 지금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만족해선 안 되고 팀과 시너지 효과를 이뤄 우승할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하죠. 과거에는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미루거나 (강)아정이와 (박)지수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많았어요. 지금은 주도적으로 뛰려고 노력 중이에요. 지난 시즌 아쉬운 부분이 많아서, 이번 비시즌에는 ‘기회 때 꼭 득점에 성공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런 생각으로 비시즌을 보냈어요. 올 시즌을 마치면 제가 자유계약선수가 돼요. KB가 저를 원하지 않고, 다른 팀도 저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죠.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해요. 또 앞으로 농구할 날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후회는 남기지 말자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런 아내를 보고 있자니 배경한 코치는 기특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생긴다. 배경한 코치는 “잘하고 있고 또 잘 적응하는 모습에 뿌듯해요. 하지만 중간에 부진에 빠질 수도 있는데, 그때 위기를 잘 넘겼으면 해요. 아내가 중심을 잘 잡도록 저도 도와주려고요.”

김보미가 코트에서 보람을 찾는다면, 배경한 코치의 활력소는 어린 선수들이다. 배경한 코치는 “아이들에게 항상 초심을 잃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또 상대와 싸우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들어가라고 강조하고 있죠. 이기겠다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코트에선 투지와 정신력을 보여주라고 말하죠. 선수들이 제 품을 벗어나 잘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아이들이 졸업해서 저를 찾아올 때는 뭉클하죠. 고려대에 와서는 김호범이라는 선수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고려대는 전국에서 잘한다는 선수들이 몰려드는 학교잖아요. 선수들 모두 실력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 속에서 (김)호범이는 표정이 항상 밝고 선후배들에게도 잘하는 아이예요. 앞으로 주어진 상황에 잘 대처해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저도 코치직을 충실히 해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는 욕심이 있어요. 우선 현재 제 일을 100프로 소화하는 게 목표예요. 행동도 없이 욕심만 크면 안 되잖아요.”

아내 김보미의 꿈은 우승이다. KB는 구단 역사상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다. 김보미는 올 시즌이 우승할 수 있는 적기라고 했다. 김보미는 “우리은행이 강하다고 하지만 지난 시즌과 달리 전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잖아요. 반면에 우리는 (박)지수가 있어 높이가 강점인 팀이죠. 기회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우리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냐는 거죠. 힘이 들더라도 이 기회를 어떻게든 놓치고 싶지 않아요. 선수 생활은 시작과 끝이 중요하잖아요. 학교 선배인 양지희(전 우리은행) 언니를 보면서 많이 느꼈어요. (이)미선(전 삼성생명), (변)연하(전 KB스타즈) 언니도 마찬가지로 박수 칠 때 코트를 떠나셨죠. 우승도 차지하고 저 자신이 부끄럽지 않게 멋지게 은퇴하고 싶어요.” 

BONUS ONE SHOT | 김보미, 배경한 코치의 2세 계획은?
최근 농구계는 농구인 2세들의 활약이 화제다. 여자농구에서는 신재영과 이민지, 양인영과 양지영 등이 대표적인 농구인 2세들이다. 또 여자농구 레전드였던 성정아 씨의 아들 이현중(삼일상고)은 조만간 점프볼 표지모델을 장식할 유망주로 꼽힌다. 그렇다면 둘의 생각은 어떨까. 아이를 낳는다면 농구를 시킬 의향이 있을까. “아들이든 딸이든 운동을 시켰으면 한다”는 배경한 코치 의견과 달리, 김보미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딸을 낳으면 농구를 시키겠지만, 아들이면 시키지 않을 생각이에요.” 이유가 궁금했다. “오세근(안양 KGC), 이정현(전주 KCC)처럼 잘하면 좋은데 모든 선수가 성공하는 건 아니잖아요. 혹시라도 부상을 당할까 걱정도 되죠. 남자는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잖아요. 돈을 많이 벌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살았으면 해요. 여러 분야를 경험시키면서 하고 싶은 걸 시킬 거예요.”

# 사진=유용우, 이원희 기자, 김보미 부부,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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