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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리은행에서 재회한 임영희-김정은“우리는 특별한 사이”
이원희(mellorbiscan@naver.com)
기사작성일 : 2017-11-29 07:45
[점프볼=이원희 기자] 우리은행 위비의 임영희(37)와 김정은(30)은 알고 지낸지가 어느덧 10년이 넘은 사이다. 2006년 처음으로 프로에서 만나 우승의 꿈을 함께 키웠다. 1999년 신세계(현 KEB하나은행)에 입단했던 임영희는 2006년 데뷔한 김정은과 함께 울고 웃으며 같이 성장했다. 2009년 임영희가 우리은행으로 팀을 옮기며 헤어졌던(?) 두 선수가 모처럼 한 팀에서 같은 꿈을 꾸며 새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자유계약선수 자격으로 이적해온 김정은, 그리고 어느덧 여자프로농구 최고선수로 자리하고 있는 임영희. 둘은 서로를 특별한 사이라 표현했다. 

# 본 기사는 점프볼 2017년 11월호에 게재된 내용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정은아, 우리은행의 특별 훈련 어때?
영희 언니, 죽겠어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팀을 옮긴 김정은은 최근 우리은행만의 고된 체력 훈련에 ‘죽을 맛’이다. 이전 소속팀 KEB하나은행에 있을 때보다 훈련 강도가 3~4배 정도 심하다고 했다. 김정은은 “2년 동안 부상이 많아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재활훈련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공백 탓인지 적응이 힘들다. 여러 번 몸살이 왔고 자다가도 다리에 쥐가 난 적이 있었다. 우리은행에 새롭게 합류한 (박)태은이와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라는 말을 달고 산다. 훈련 자체가 전쟁이다. 이래서 우리은행이 우승한다고 생각했다. 타 팀과 비교해 선수들의 몰입도가 다르다. KEB하나은행에 오래 있어서 적응이 쉽지 않았고, 특히 운동량 때문에 많이 울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 요즘에도 울고 있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옆에 있는 임영희는 그런 김정은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임영희는 우리은행에서 9시즌 째를 보내고 있다. 무섭기로 소문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과는 6시즌을 함께 하는 중이다. 지옥 같은 체력 훈련도, 위성우 감독의 야단도 적응한 지 오래다. 임영희는 “일본 전지훈련부터 한일 아시아클럽챔피언십까지 바쁜 일정을 보냈다. (김)정은이와 (박)태은이 등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많고, 외국선수들도 늦게 합류해 빨리 손발을 맞춰야 한다. 위 감독님은 누구 하나라도 건성으로 훈련하는 걸 좋아하시지 않는다. 힘들다고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 위 감독님이 정은이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양지희(은퇴)가 없는 자리를 정은이가 메워야 한다. 또 김정은은 재기시켜야겠다는 욕심이 있다. 그래서 더 혹독하게 대하시는 것 같다. 한 가지를 알려주더라도 무섭게 대하신다. 정은이가 KEB하나은행에서 10년 넘게 혼자 하는 농구를 해왔다. 우리은행의 팀플레이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위 감독님은 그 부분을 고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김정은의 이전 모습을 되찾게 하려는 위 감독님의 노력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김정은은 하루하루를 눈물로 지새우고 있다. 하지만 임영희는 ‘김정은은 원래 눈물이 많은 아이다’라고 못 박았다. 임영희는 “정은이는 참 순수하다. 곰 같은 성격에 눈치도 없다. 잔꾀를 부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손이 많이 간다. 정은이의 겉모습만 보고 강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안다. 마음이 여려서 옆에서 계속 챙겨줘야 한다. 정은이가 우리은행에 와서 많이 울었다. 제가 FIBA 아시아컵 일정 때문에 대표팀에 갔었는데, 그 한두 달 동안 정은이에게 매일 전화가 왔다. 훈련이 힘들다고 울면서 얘기하더라. 정은이를 달래주다가 하루를 다 보냈다. 아무래도 팀 내 고참이 나밖에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일본 전지훈련을 갔을 때 정은이가 나와 함께 방을 쓰자고 한 적이 있다. 나는 너(김정은) 때문에 막내 역할을 하기는 싫다며 거절했다. 일본에 가서도 뒤치다꺼리를 할 수 없다고 했다”고 웃었다.

김정은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임영희만 보면 자기도 모르게 약해진다고 했다. 김정은은 “지난 2년 동안 부상을 이유로 선수 생활의 바닥을 찍었다. 지난 시즌에는 림을 보는 것조차 무서웠다. 은퇴 생각까지 들었다. 이제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 속에 훈련하고 있는데, 하루는 영희 언니가 힘내라고 말했다. 그날 버스에서 펑펑 울었다. 사실 영희 언니에게 의지를 많이 하고 있다. 영희 언니 앞에서는 응석 부리게 되고 약한 척을 하게 된다. 힘들 때마다 영희 언니가 언젠가는 보상받을 것이라고 위로해준다. KEB하나은행에 있을 때는 제가 최고참이었기 때문에 애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강한 척만 하며 살아왔다. 그동안 위로 받지 못했던 걸 영희 언니에게 다 받아내려고 하는 것 같다(웃음). 고참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KEB하나은행 시절을 떠올리며 영희 언니는 누구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언니 방에 찾아가 말도 걸고 장난을 친다”고 말했다.

정은아, 너 신인 때부터 대단했었어.
영희 언니, 전 언니가 성공할 줄 알았어요.

김정은은 신인 때부터 웬만한 능력을 모두 갖춘 스타였다. 유연함과 스피드, 상대를 압도하는 힘과 정확한 슈팅까지 갖췄다. 덕분에 데뷔 시즌부터 팀의 핵심 선수였다. 곧바로 리그 톱 레벨 수준으로 올라섰고 대표팀도 비교적 남들보다 일찍 경험했다. 김정은은 여자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이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정은의 활약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임영희였다. 임영희는 “정은이는 신인 선수인데도 대단했다. 어린 나이에 그만한 기량을 뽐내는 선수가 많지 않다. 그런데 정은이는 풀타임을 뛰며 시즌 내내 활약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의 몸이 아니었다. 피지컬 좋고 힘이 셌다. 신인 시절부터 에이스 소리를 들을 만했다. 그때 다시는 정은이 같은 선수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고 회상했다.



반면 임영희는 대기만성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신세계 시절에는 벤치 멤버에 불과했지만,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뒤 뒤늦게 꽃을 피웠다. 우리은행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09-2010시즌에 평균 출전시간 30분(34분 24초)을 뛰어넘었고, 통산 처음으로 시즌 평균 두 자릿수 득점(11.53점)을 기록했다. 위성우 감독과 함께 통합 5연패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김정은은 벤치 멤버였던 임영희에게 봄날이 찾아올 거라 믿었다. 그 예상은 들어맞았다. 김정은은 “어린 나이부터 영희 언니를 봐왔다. 처음에도 느꼈지만 영희 언니는 실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점프슛이 좋고 힘이 좋았다. 패스도 잘했다. 하지만 영희 언니가 신세계 시절 소극적으로 플레이했던 것 같다. 신세계에서는 벤치 멤버였지만 언젠가는 언니의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생각했다. 언니는 흔들림이 없는 선수다. 특히 부상 없이 한결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부럽다. 신체적으로 타고난 게 있다. 신세계 시절부터 지금까지 언니가 큰 부상으로 치료받은 걸 본 적이 없다”고 돌아봤다.

임영희와 김정은은 신세계 시절 룸메이트로 지냈다. 김정은은 임영희를 옆에서 보며 선수가 지녀야 할 정신적인 부분, 생활적인 부분에 대해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영희 언니는 감정 기복이 크지 않고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시는 분이다. 신인 때부터 주전을 차지해 저를 시기하고 질투하시는 언니들도 있었다. 그때는 위계질서가 심할 때라 힘든 점이 많았다. 하지만 영희 언니는 저를 참 예뻐해 주셨다. 동생처럼 챙겨주시고 배려해주신 게 기억이 난다. 언니와 함께 방을 쓰면서 힘들었던 신인 시절을 버텨냈다”고 고마워했다.

임영희-김정은 “우리 목표는 오직 우승”

김정은은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KEB하나은행에서 보냈던 김정은에게는 큰 결심이었다. 김정은은 선수로서의 명예회복, 그리고 우승을 위해 변화를 줄 때라고 판단했다. 어쩌면 프로에서의 첫 번째 도전이자 마지막 도전, 김정은은 우리은행에서 모든 걸 쏟아 붓겠다고 했다. 다행히 든든한 지원자가 옆에서 밀어주고 있다. 임영희는 김정은을 바라보면 “꼭 할 수 있다”며 기를 불어넣었다.

6년 연속 통합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임영희지만 언제나 새 시즌은 설렌다. 동시에 이번에도 우승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마저 든다고 설명했다. 임영희는 “우리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쉽지 않겠지만 선수들도 위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지난 시즌처럼 완벽한 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는 장담못한다. 다른 팀과의 전력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그래도 비시즌 동안 열심히, 또 힘들게 훈련했기 때문에 좋은 성과가 나올 것 같다. 우리은행은 5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하지 않았나. 그동안 이뤄왔던 걸 생각하더라도 높은 곳에 있어야 한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임영희와 달리 김정은은 첫 우승 도전이다. 선수 생활 동안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다. 김정은은 “우리은행에 처음 왔을 때는 적응하느라고 ‘우승’이라는 단어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루하루 버틴다는 마음밖에 없었다. 우리은행 선수들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 우승을 많이 했는데도 누구도 ‘또 우승하자’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우리은행은 매 시즌 위기라고 했지만 항상 결과가 잘 나왔다. 이번에도 한 경기씩 잘하다 보면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겠나. 우승하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냥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제가 우리은행을 선택한 이유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모험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명예회복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뛰는 시간이 1년이든 1분이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민 끝에 우리은행이 적합한 팀이라고 결정했다. 위 감독님의 지도 스타일을 알고 있어서 새로운 팀을 결정하는 데 수월했다. 위 감독님은 어린 선수들뿐 아니라 외국선수들도 성장시키는 분이다. 위 감독님도 저에게 확실하게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합류하면서 우리은행은 임영희, 박혜진으로 이어지는 빅3를 구축했다. 박혜진은 우리은행의 핵심 전력이다. 또 앞으로 우리은행을 이끌어야 할 선수 중 하나다. 잠시 부진을 겪었을 때도 자신을 믿고 노력한 끝에 최고의 선수라는 칭호를 유지했다. 박혜진은 지난 시즌 평균 13.5점 5.7리바운드 5.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017-2018시즌에는 임영희, 김정은과 함께 또 한 번 우승 사냥에 나선다. 임영희는 “(박)혜진이와 여러 시즌을 함께 했고, (김)정은이와도 신세계 시절 호흡을 맞췄다. 셋이서 대표팀을 하면서 많이 뛰었다. 호흡 문제는 없다. 공격하는 입장에선 옆에 좋은 선수들이 있어 부담이 덜하다. 상대 팀이 우리를 쉽게 막을 수 없다는 걸 우리도 알고 있다. 조금 더 손발을 맞춘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정은도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가 되려면 2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한다. 그런 선수가 많지 않은데 영희 언니랑은 잘 맞고 있다. 혜진이도 좋은 선수여서 호흡은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임영희와 김정은에게도 딱 한 가지 고민은 있다. 혹시나 우승하지 못했을 경우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팀으로 자리했다. 혹여나 김정은이 합류한 첫 시즌에 위치가 흔들린다면, 김정은에게 비판이 쏟아질 수도 있는 일이다. 김정은도 “우승에 대한 부담감은 분명히 있다. 우리은행의 전력이 좋지만, 올 시즌 최대 위기라는 말에 걱정이 된다. 한 편으로는 기대가 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핑계는 대고 싶지 않다. 제가 우리은행으로 오면서 김단비가 떠나야 했고, 김정은은 이제 끝났다는 말도 들었다. 부상에 대해서도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 지금까지 오기 하나로 버텨왔다. 내가 좋은 상황에서 KEB하나은행을 떠났다면 이런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스스로 동기부여를 심고 있다. 시즌 내내 다치지 않고 뛴 게 오래 전 일이다. 올 시즌에는 리그 전 경기에 나서고 싶다. 꼭 우리은행의 우승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임영희는 “정은이가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면서 2년을 제대로 뛰지 못했다. 지금도 100% 완벽하지는 않다. 통증을 참고 뛸 수는 있지만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힘든 훈련을 이겨내면서 처음보다 많이 나아졌다. 정은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우승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자기가 와서 우리은행이 우승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담감도 있을 것이다. 정은이가 그런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저부터 최선을 다하겠다. 좋은 성적을 올리도록 하겠다. 우승을 제외하더라도 정은이는 명예회복을 위해 우리은행으로 왔다. 정은이의 재기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언제 어디서나 동생 걱정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메인 사진을 찍으려고 할 때 둘 사이의 묘한 어색함이 흘렀다. 둘은 10년 넘게 알고 지냈지만, 같이 사진을 찍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김정은에게 임영희의 어깨에 손을 올려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자 “어떻게 선배에게 그럴 수 있느냐”라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임영희는 “한 번이라도 선배 취급을 해준 적이 있느냐”며 박장대소 했다. 10년 전만 해도 둘은 선배, 후배 사이였지만, 지금은 둘도 없는 친한 친구가 됐다. 베테랑 임영희와 김정은은 여전히 뜨거운 선수 생활을 보내고 있다.

사진_유용우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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