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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구슬의 진심 “농구가 좋아서 돌아왔어요.”
이원희(mellorbiscan@naver.com)
기사작성일 : 2017-09-01 11:01
[점프볼=이원희 기자] 구슬은 실력 있는 선수였다. 그래서 많은 여자농구팬이 그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2015-2016시즌에는 31경기에서 4.3득점 2.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초반은 식스맨이었지만 점차 주전 경쟁에서 이기는 날도 늘었다. 3점슛 성공률은 31.8%. 180cm의 작지 않은 신장에 정확한 외곽슛까지 보유해 활용 가치가 높았다. 당시 KDB생명 관계자는 “구슬은 팀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기뻐하기도 했다. 그렇게 이경은과 한채진의 대(代)를 이을 차세대 간판은 구슬이 될 것처럼 여겨졌다. 머지않아 그 기대함은 하루아침에 허탈함이 된다. 은퇴 소식은 팬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 본 기사는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되었던 기사입니다.

1년 만의 강훈련… 아직은 힘들지만
 
그리고 6개월이 지났고, 구슬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과거에는 성실하지 않은 훈련 태도 탓에 종종 혼이 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히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더 이상 아쉬움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다. 구슬은 “1년 동안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했다. 경기에 뛸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팀과 동료들, 여자프로농구팬들에게 빚을 갚겠다는 의미였다. 
 
구슬은 “그동안 운동을 많이 쉬었기 때문에 열심히 체력 보충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할 때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오랜만에 와서 많이 힘들긴 하다. 훈련 일정을 도저히 못 따라갈 때도 있다. 5대5 플레이를 할 때는 숨이 벅찰 때가 많다. 분명히 다른 선수들에 비해 뒤처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동료들에게 미안해 다시 뛰려고 이를 악물고 있다. 혹시라도 제가 훈련을 완료하지 못하면 다른 선수들도 함께 다시 뛰어야 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경기에 뛸 수 있는 체력을 키우려면 몸부터 만들어야 했다. 쉬운 일이 아니다.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다이어트를 위해 식단 관리도 철저히 신경을 썼다. 구슬은 “체력이 원래 좋지 않았다. 타고난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느린 몸에 쉬고 나니 더 느려져 걱정이 많았다. 감독님이 주문하신 동작을 하지 못하니 속상하기만 하다. 1:1 플레이는 물론 상황에 맞는 대처 동작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 시즌도 다가오는데 걱정이 많다. 어려워하는 부분에 더 고민하고 동료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현재 몸 상태는 70% 정도다. 감독님께서 살을 빼라고 하셔서 체지방량을 24%에서 20%까지 줄였다. 목표는 17%다. 갈 길이 멀다. 먹고 싶은 게 많지만 간식부터 줄이면서 다이어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슬의 시선은 오직 코트 복귀에 맞춰져 있다. 
 

농구가 그리웠어요.
 
‘일반인’ 구슬은 무엇을 하며 지냈을까. 사실 처음 농구공을 놓았을 때만 해도 구슬은 ‘은퇴’가 실감나지 않았다고 했다. 20년 가까이 농구만 해왔으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구슬은 “농구를 안 해도 된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처음에 ‘진짜 그만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구를 그만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지쳤던 것 같다.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마냥 쉬고 싶었다. 개인이 아닌 단체 생활이고, 숙소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선수를 그만두고 나니 시간이 많이 남더라. 그런데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냈다. 그런 생활들이 익숙해지면서 평범한 날들을 지냈다. 선수 때 쉽게 해보지 못했던 경험들을 밖에서 많이 접하기는 했다. 해외여행을 떠났고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친구들을 만났다. 잠도 자고 싶을 때 실컷 잤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자유롭고 여유로운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구슬은 얼마 가지 않아 본인의 행동을 후회했다. 농구가 그리워졌다. 구슬은 “몸이 편하기는 했다.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고, 나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도 많았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가 힘들었다. 내 앞가림조차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은퇴 이후의 삶이 암울해졌다. 한마디로 농구가 그리웠다. 평일 저녁 혹은 주말에 친구들과 모여 농구를 했지만 갈증이 풀리지 않았다. 내가 농구 경기를 했을 때를 떠올리며 그때의 추억들을 되짚어봤다. 슛이나 스틸, 블록슛 등 내가 잘하는 동작들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TV로 동료들의 플레이를 보면 부러울 때가 많았다. 코트 위에 서 있는 선수들이 행복해 보였다. 나도 저기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고민 끝에 돌아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구슬의 가슴 속은 설렘 반 두려운 반이었다. 하루 빨리 선수로 복귀하고 싶었다. 하지만 주위 시선도 걱정됐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조차도 잘할 수 있겠냐며 되물었다. 구슬은 “제가 농구를 그만둘 때 가족들이 많이 말리셨다. 제가 농구를 다시 하고 싶다고 말할 때도 가족들이 반대하셨다. 만약에라도 제가 또 한 번 못하겠다고 뛰쳐  올까 걱정하셨다. 언제나 딸의 결정에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지만 도덕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잘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하지만 마음은 진심이었다. 농구가 너무 간절했다.”
 
팀에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먼저 보냈다. “그만두겠다고 처음 말한 건 3년 전이었다. 그때마다 감독님이 생각할 시간
을 주시고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그만둔다고 말할 때마다 팀에서도 엄청 말리셨다. 정신적으로 흔들릴까 봐 위로를 많이 해주셨는데 제가 너무 힘들어서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것 같다. 옳은 결정을 하지 못해 너무 죄송했다. 다시 돌아온다고 했을 때 팀에서 쉽게 받아주시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제가 또다시 나갈까 봐 걱정하시는 듯했다. 그래서 제가 얼마만큼 농구를 하고 싶은지 말씀드리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제 진심을 전해드렸다. 감독님께서도 구단에 계속 이야기를 해주셔서 복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진심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정말로 농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구슬아, 이제 다시 웃자
 
구슬은 예년과 달리 성격이 조용해지고 말수가 적어졌다. 코트를 떠나고 팀에 복귀한 이후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혹시나 팀에 누가 되는 행동을 다시 하고 싶지 않아 언론 인터뷰도 거절해왔다. 사실, 구슬은 지난 시즌 도중 복귀했지만 경기에 뛰지는 못했다. 김영주 감독은 치열한 순위 싸움에도 구슬을 기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비시즌 힘들게 훈련해 온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구슬은 코트에서 최대한 웃음 없이 지냈다.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는 걸 조금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제가 좋지 않은 행동을 한 것은 분명 사실이다. 많은 분이 제 복귀를 안 좋게 보실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주위 반응도 그랬다. 그래서 반성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코트에서 웃음 없이 다녔다. 제 진심을 전해드리기 위해 진지한 모습만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도 제 행동에 후회를 많이 했다. 다시 돌아올 거였다면 끝까지 참고 경험과 실력을 쌓아 이름을 날렸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훈련할 때 보면 노마크 기회를 놓칠 때가 많다. 자유투도 잘 들어가지 않더라. 쉬고 돌아온 것이 정말 아쉽다.”
 
지금은 생각을 약간 바꿨다. 구슬은 잃어버렸던 웃음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목소리도 한껏 높였다. 조용히 훈련하는 것보다 팀 사기를 위해 파이팅을 한 번 더 외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구슬은 “복귀하고 나서 몸과 마음이 힘들었지만 요즘 많이 좋아졌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선 농구를 열심히,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기회를 주셨으니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동작을 틀리더라도 죄송하다고 말하고 계속해서 반복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 때는 팀 분위기를 밝히기 위해 웃으면서 파이팅을 외친다. 무엇이든지 열심히 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슛 훈련도 정해놓은 개수는 모두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고, 한 번씩 던질 때마다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지금은 던지는 순간 골이 들어갔다 안 들어갔다를 느낄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움직이면서 슛을 던지는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시즌 개인 목표는 정해놓지 않았다. 오직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KDB생명은 최근 5시즌 동안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도 리그 5위를 기록했다. 
 
구슬은 “주전이 되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부담도 된다. 우선적으로 포지션 경쟁자인 (노)현지 언니를 보고 많은 것을 배우도록 하겠다. 또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조금씩 믿음을 회복해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어디까지나 목표는 팀의 플레이오프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저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강하게 훈련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팀원 모두가 열심히 싸웠지만 막판 순위 경쟁에 뒤처져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도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실패를 발판 삼아 다음 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 요즘 감독님께서 선수들의 책임감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신다. 이제는 어리다고 실수를 마냥 봐줄 수 없다고 하셨다. 선수들도 동감하는 부분이다. 책임감을 갖고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 같이 한 마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맞춰 나가도록 하겠다. 저도 팀의 플레이오프를 이끌어 당당히 코트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유용우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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