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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식, “제2의 인생 만족…기회 주신 KCC에 감사”
곽현(rocker@jumpball.co.kr)
기사작성일 : 2017-08-30 13:31
 [점프볼=곽현 기자] 실업농구 시절만 하더라도 은퇴 후 소속된 모기업에서 근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프로출범 이후 선수들의 진로는 완전히 달라졌다. 프런트나 코칭스태프를 제외하면 회사에 남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런데 KCC는 조금 예외다. 선수들이 은퇴하더라도 제2의 인생을 개척할 수 있도록 본사 취업을 권장했다. 2014년 은퇴한 강은식(35)도 그런 케이스다. 강은식은 현재 KCC 본사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현역 시절 그는 궂은일을 도맡는 코트의 마당쇠였다. 코트를 떠난 지 3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를 오랜만에 만났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농구공 놓고 영업사원이 되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KCC 본사. 현재 강은식이 근무하고 있는 곳이다. 특유의 짧은 머리. 198cm의 건장한 체구. 환한 미소. 오랜만에 만난 그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은퇴 후 근황을 물었다. “회사에서 기회를 주셔서 KCC 본사로 오게 됐습니다. 영업 담당이고, 판매직으로 일하고 있죠. 대리점들을 만나서 고충도 들어드리고, 물품도 공급하고 있어요. 집을 짓는데 필요한 건축자재는 다 들어간다고 보시면 돼요. 천장, 벽재, 마루 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맡고 있죠.” 본사 건물 1층에는 멋진 인테리어 전시관이 있어 이곳에서 사진촬영도 진행했다. 평생 농구만 해온 그가 갑자기 영업일을 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은퇴했을 때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회사에서 처음 이 일을 제안하셨을 때 걱정도 많이 됐죠.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좀 두렵긴 했는데, 회사 분들도 제가 농구선수 출신인 걸 알고 계셨고, 진솔하게 다가가니 많이 가르쳐주시더라고요. 조언을 들으면서 열심히 배우고 있죠. 처음엔 좀 힘들었어요. 아예 모르는 일이니까요. 컴퓨터도 다를 줄 몰랐고요. 처음엔 외부일보다 내부영업을 했고 동료들을 많이 사귀려고 했죠. 그래도 많이 도와주신 덕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그가 KCC에 입단해 뛴 경력도 인정을 해줬다. 그는 현재 대리 4년차다. KCC에는 선수출신들이 많다. 2005년 은퇴한 전일우, KCC 코치를 역임한 김광, 2011년 은퇴한 박병규, 2013년 은퇴한 이동준 등 5명의 농구단 출신 사원이 근무하고 있다. “전일우, 김광 부장님께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먼저 오신 분들이 길을 잘 닦아놓으셨기 때문에 저에게도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부담은 있어요. 제가 잘 해야 나중에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듯 KCC의 은퇴선수 활용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타 구단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CC 왕조와 함께 하다
2008-2009시즌부터 2010-2011시즌까지 KCC는 황금기를 보냈다. 3시즌 동안 2번의 우승, 1번의 준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강은식은 KCC의 백업센터였다. 하승진이 벤치로 들어갈 때마다 그가 코트에 나섰다. 주로 맡았던 역할은 상대 빅맨 수비, 리바운드, 그리고 스크린 등 궂은일이었다. “제가 키나 운동능력이 애매했어요. 그러다보니 나름대로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 같아요. 공격할 수 있는 멤버가 워낙 많았잖아요. 궂은일을 해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허재 감독님께서 늘 ‘네가 잘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강은식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4시즌을 뛰며 평균 2.1점 1.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출난 기록은 아니지만, 그는 KCC가 왕조를 일굴 당시 없어선 안 될 선수였다. 당시 자신의 역할에 아쉬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렇진 않았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해야 했기 때문에…. 제 플레이를 좋아해주는 팬들도 계셨어요. 골밑에만 있었던 건 아니고 기회가 나면 3점슛도 던졌죠. (추)승균이 형, (전)태풍이 형, (강)병현이 등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는 선수들도 많았어요.” 



2010-2011시즌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그는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결국 우승을 결정짓던 6차전에서 그는 코트가 아닌 병원에서 팀의 우승 장면을 지켜봐야만 했다. “경기장에 못 가겠더라고요. 혹시 지면 어떡하나 하고요. 우승하는 모습을 보는데 정말 기뻤죠. 그때 승진이가 제 유니폼을 입고 인터뷰하는 걸 봤어요. 울컥하더라고요. 정말 고마웠죠.” 하승진은 늘 자신의 빈자리를 메워준 강은식의 유니폼을 대신 입으며 그와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눈 것. 한편 당시 우승에 기여했던 외국선수 에릭 도슨은 올 해 트라이아웃에서 다시 KCC의 부름을 받아 화제다. 강은식은 도슨에 대해 “화려하진 않지만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줬던 선수에요. 필요할 때 한 방 넣어주고, 리바운드, 수비도 잘 해줬죠. 우리 팀에 맞는 선수였어요.” 비록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한 번 하기도 힘든 우승을 2번이나 경험한 그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라고 말했다. “우승을 해봤기 때문에 선수 시절에 대한 여한은 없는 것 같아요. 멤버가 너무 좋아서 어떻게 보면 들러리 역할이었죠. 하지만 괜찮아요. 제 역할에 만족했어요. 저 같은 선수도 있어야 팀도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승진이란 선수가 있었기 때문에 제 역할이 빛나지 않았나 싶어요.”

3년의 재활, 아쉬움 남지만…
KBL 홈페이지에서 강은식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2010-2011시즌 이후 경기 기록이 나와 있지 않다. 그는 2011년 당한 부상 이후 3년간 재활에 매달렸지만, 끝내 복귀하지 못 했다. “처음에 병원에서 1년 정도 재활훈련을 하면 된다고 했는데, 재수술을 해도 안 되더라고요. 십자인대가 끊어진데다 연골도 다 없어졌거든요. 재활훈련이 굉장히 지루했어요. 답답한 마음도 컸죠. 그만두더라도 1분이라도 코트를 밟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 했어요. 아쉬움이 많이 남죠.” 선수가 코트에 서지 못 하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것도 3년이라는 시간을 말이다. 그는 선수 시절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 한 아쉬움이 깊이 남아 있었다. 혹시 은퇴 후 동호회농구라도 하냐는 질문에 그는 “하고 싶어도 못 뛰어요. 아직도 무릎이 아파요”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 겪은 부상 후유증은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 그는 현역 시절 막기 힘들었던 선수가 있었냐는 질문에 “함지훈, (김)주성이 형, (서)장훈이 형이 막기 힘들었죠. 스타일이 다 다르니까 상대를 연구하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라고 돌아봤다. 



강은식은 허재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KCC에서 줄곧 허재 감독과 함께 했다.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하셨죠. 감독님이 훈련할 땐 무섭지만, 사생활은 전혀 터치하지 않으셨어요. 선수들 숙소에 들어오신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감독님 덕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는 은퇴 후 농구장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고 한다. 한 번쯤 시간을 내서 가볼 법도 한데 말이다. “아직까지는 용기가 잘 안 나요. 처음 회사에 들어올 때 농구는 잊고 이 쪽 일에 전념하라고 말씀해주셨고, 저도 그러려고 하고 있어요. 저희 회사 내에서도 농구단 성적은 이슈에요. 많이 물어보시기도 하고요. 좀 더 여유가 생기면 그 때 한 번 가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KCC가 프로농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한, 훗날 그가 농구단으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는 “쉽진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꿈이죠”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선수인생을 되돌아보면 어떠냐고 물었다. “좋을 때도 있었고, 나쁠 때도 있었는데,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우승도 해봤고, 어느 정도 만족은 하고 나온 것 같아요. 은퇴할 땐 미련이 많이 남았죠. 하지만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요. 저에게 기회를 주신 KCC에 정말 감사드리고, 여기에서 성장하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은식은…
1982년 11월 27일생. 삼광초, 용산중, 용산고, 한양대에서 농구를 한 강은식은 2005년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9순위로 KCC에 지명됐다. 현역 시절 주축선수는 아니었지만, 궂은일을 도맡으며 골밑을 지켰고, 우승 2차례, 준우승 1차례를 함께 했다. 2011년 챔프전에서 당한 무릎부상으로 결국 2014년 현역에서 은퇴했고, 현재는 KCC 본사 영업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소협조 : 서초 홈씨씨 인테리어 전시관 
#사진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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