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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멸종위기 보고서② 국내선수 득점왕은 나올 수 있을까?
맹봉주(realdeal@jumpball.co.kr)
기사작성일 : 2017-05-07 08:59

[점프볼=맹봉주 기자] 농구는 공격의 스포츠다. 축구, 야구, 배구 등 여타 다른 구기종목과 비교해 많은 점수가 나오는 것이 농구의 가장 큰 매력이다. 덩크슛, 3점슛, 플로터, 레이업 등 선수들의 개인기로 인한 득점이 나올 때마다 팬들은 환호한다. 시즌이 끝나고 가장 관심을 끄는 개인타이틀 역시 득점왕이다. 하지만 프로농구 출범이래 득점왕은 외국선수들의 독차지해왔다. 국내선수는 득점보단 스크린과 수비, 궂은일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위치였다. (모든 기록은 3월 20일 기준)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득점왕=외국선수
KBL(프로농구연맹)은 올해로 출범 20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배출된 득점왕 역시 20명이다. 하지만 1997년 프로 원년 시즌부터 지금까지 국내선수 득점왕은 단 1명에 불과하다. 현재 삼성에서 뛰고 있는 문태영이 LG 소속으로 2009-2010시즌 평균 21.87득점을 올리며 득점왕을 차지했었다. 20명의 득점왕 중 19명이 모두 외국선수인 것이다. 

 

프로 원년 득점왕 칼레이 해리스(TG삼보)를 비롯해 에릭 이버츠(골드뱅크, 코리아텐더), 찰스 민렌드(KCC), 네이트 존슨(오리온스), 단테 존스(KT&G), 피트 마이클(오리온스) 등 득점왕은 그동안 해당 시즌 최고 외국선수들의 몫이었다. 이번 시즌 역시 국내선수 득점왕은 나오지 않았다. 득점왕은커녕 득점 순위 10위 내에 국내선수의 이름은 찾아 볼 수 없다. 국내선수 득점 1위 이정현(KGC 인삼공사)은 평균 15.45득점으로 전체 12위에 그쳤다. 1위 안드레 에밋(KCC)의 평균 득점인 29.04점과는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프로농구 초창기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1-2002시즌까지 지역방어가 금지되어 선수들의 평균 득점은 지금과 비교해 높았지만 국내선수 득점왕은 없었다. 프로농구 출범 첫 시즌인 1997시즌 국내선수 득점 1위는 평균 23.1점을 올린 전희철(오리온스)이었다. 전희철은 득점 순위 10위 내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국내 선수였지만 1위 칼레이 해리스(TG삼보)의 32.29점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국보센터’ 서장훈은 1998-1999시즌부터 6시즌 연속 득점 10위 내에 들며 국내선수의 자존심을 지켰지만 끝내 득점왕에는 오르지 못했다. SK에서 뛰던 1999-2000시즌 평균 24.24득점으로 전체 2위를 기록하며 KBL 역대 국내선수 최고 순위에 오른 것에 만족해야 했다. 

 

2000-2001시즌엔 조성원(25.71점, 5위), 서장훈(24.58점, 7위), 김영만(22.76점, 10위)이 모두 평균 20점이 넘는 득점을 올리며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조성원은 경기당 4개에 육박하는 3점슛(3.84개)을 성공시키며 데니스 에드워즈(SBS)와 시즌 막판까지 득점왕 경쟁을 펼쳤다. 조성원이 기록한 25.71점은 지금까지 단일시즌 국내선수가 올린 최다 평균 득점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조성원도 득점왕 등극에는 실패했다.
 

국내선수 득점왕이 나오지 않는 이유
오랜 기간 국내선수 득점왕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현장 지도자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격 기회 자체가 국내선수보다는 외국선수가 더 많기 때문에 외국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KCC 추승균 감독은 “외국선수의 볼 소유가 국내선수보다 많다. 당연한 얘기지만 슛 시도 자체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득점도 많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 팀만 하더라도 에밋이 가장 많은 야투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선수들은 국내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공격을 한다. 올 시즌 국내선수 득점 1위 이정현은 51경기 동안 총 420개의 슛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8.24개의 슛을 시도한 셈이다. 반면 득점 전체 1위 안드레 에밋은 23경기 동안 555개의 슛을 던지며 1경기 평균 24.1개의 야투를 시도했다. 이정현보다 3배 가까운 공격시도를 가져간 것이다.  

 

국내선수 중 득점 순위와 평균 득점에서 각각 역대 최고를 기록한 서장훈과 조성원 역시 그 시즌 득점왕인 에릭 이버츠와 데니스 에드워즈에 비해 낮은 공격 기회를 가졌다(1999-2000시즌 서장훈 17.33, 에릭 이버츠 18.5 / 2000-2001시즌 조성원 17.16, 데니스 에드워즈 22.98). 더 많은 볼 소유와 슛 시도, 공격 기회를 가진 외국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스코어러의 실종
이렇듯 공격에서 외국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큰 이유는 결국 국내선수들의 기량 부족과 연결 돼 있다. 팀이 이기려면 확률 높은 공격을 해야 되는데 그러려면 공격 기술이 좋고 가장 확실하게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외국선수들에게 공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상식 국가대표팀 코치는 “감독이 외국선수에게 공을 맡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득점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 KBL에서 뛰고 있는 외국선수들은 대부분 해외리그에서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이다. 현실적으로 국내선수가 공을 많이 잡는다고 외국선수만큼 득점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굳이 외국선수를 데려올 이유가 없다”며 “왜 샷 클락이 얼마 안 남은 순간 마이클 조던이 공을 잡겠는가. 득점할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국내선수들이 들으면 섭섭할 수 있겠지만 감독입장에선 국내선수에게 외국선수보다 더 많은 공격권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선수 중 팀 내 득점을 책임지는 스코어러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예전에도 외국선수 의존도는 심했지만 평균 20점 이상씩 넣으며 팀의 공격을 이끌던 스코어러들은 심심치 않게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서장훈, 조성원을 비롯해 현주엽, 문경은, 김영만, 방성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010-2011시즌 이후 평균 20점 이상을 기록한 국내선수는 없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국내선수가 평균 득점 20점 이상을 올린적은 지금까지 총 23번(서장훈 7번, 김영만 4번, 문경은 2번, 현주엽 2번, 문태영 2번, 전희철, 정재근, 김상식, 조성원, 조상현, 우지원, 방성윤 1번)이지만 이는 모두 과거 얘기가 됐다.

 

2014-2015시즌 문태영을 끝으로 2시즌 연속 득점 순위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선수도 없다. 더 나아가 지난 시즌과 올 시즌엔 득점 순위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외국선수들 이름으로 가득 찼다.

 

이에 대해 부산 kt 조동현 감독은 “확률 높은 공격을 위해선 외국선수가 더 많은 슛을 할 수 밖에 없다. 현재 국내선수들은 신체조건은 뛰어나지만 테크닉이 떨어진다. 기본적인 기초도 안 잡혀 있는 선수들도 있다. 프로에 와서 기본기를 배우는 선수들도 많다”고 쓴 소리를 뱉었다.

 

추승균 감독 역시 선수들의 기술 부족을 문제 삼았다. “시즌 초반만 해도 평균 20점 이상 올리는 선수들은 제법 나온다”며 “54경기 체제에서는 같은 팀과 6번 붙는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상대가 그 선수의 장단점을 다 파악하고 나올 시간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술이 좋지 못한 국내선수들은 상대의 준비된 수비를 뚫지 못한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평균 득점이 떨어지는 이유다”고 말했다.

 

반면 선수들의 개인 기량보다는 달라진 농구 환경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김상식 코치는 “기량이나 기술보다는 시스템 자체가 바뀐 영향이 크다. 옛날엔 공격수들이 돌아 나오다가 슛 찬스가 조금이라도 나면 과감하게 던졌다. 물론 정확도를 갖춘 슈터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확률 농구다. 지금은 완벽한 슛 찬스가 나올 때만 던진다. 감독들이 무리하게 던지는 걸 싫어한다. 농구가 시스템화되고 전문적으로 변하면서 국내선수들이 공격에서 부각되기가 더 힘들어졌다”며 득점하기 힘들어진 현대농구의 변화를 언급했다.

 

앞으로도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국내선수 득점왕이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현재 전성기에 접어들며 국내선수 중 최고의 득점력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이정현, 김선형(SK), 오세근(KGC인삼공사) 등은 모두 올 시즌 평균 득점이 15점 언저리로 득점 순위 10위 권 밖에 위치해 있다(이정현 15.38득점, 김선형 15.2득점, 오세근 14.12득점). 

 

어린 선수들 중에서도 득점왕의 자질이 보이는 대형 유망주는 눈에 띄지 않는다. 90년대에 태어난 선수 중 평균 득점이 제일 높은 선수는 허웅(11.98점)으로 득점 순위 전체 22위에 머물러 있다. 올 시즌 빅3로 불리는 이종현, 최준용, 강상재가 프로에 데뷔했지만 이들 역시 득점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종현은 득점보단 수비와 리바운드, 블록슛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준용은 1번부터 5번까지 모두 볼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돋보이고 강상재는 빅맨이면서도 정확한 외곽슛을 갖추고 있지만 평균 득점이 모두 한 자리에 그쳐있다(최준용 8.33득점, 강상재 8.29득점).

많은 전문가들도 국내선수 득점왕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추승균 감독은 “외국선수가 있는 한은 나올 수 없다. 국내선수들의 슛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국내선수의 득점왕 등극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태환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외국선수의 의존도도 심하지만 대형선수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득점왕은 주로 개인플레이를 하며 팀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럴 능력이 있는 대형 재목이 나와야 된다”며 “현재 국내농구 저변을 볼 때 국내선수 득점왕이 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성원 위원은 선수들의 개인기량 발전에 대한 노력부족을 꼬집기도 했다. 국내선수 득점왕에 대해 “힘들 거라고 본다. 요즘은 수비농구가 대세다. 이런 수비농구 속에서도 득점을 하려면 자기 개발을 어마어마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국내선수들은 자기 개발을 잘 안 하는 것 같다. 중요한 건 득점을 넣을 능력을 키워야 하는 건데 너무 스킬 트레이닝에 의존을 많이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상식 코치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한다는 국가대표 슈터 조성민, 이정현도 평균 20점이 안 된다. 프로농구 초창기엔 평균 20점 넘는 국내선수들이 많이 나왔지만 득점왕은 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 것 같다. 이전보다 선수들이 다재다능해졌지만 한 번 슛이 들어가면 3, 4개씩 연속으로 꽂아 넣는 폭발력은 없어졌다. 국내선수 득점왕이 나오길 기대하지만 쉽지 않다”며 앞으로도 국내선수 득점왕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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