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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날] 국내최초 맞춤형 휠체어 제조 휠라인 금동옥 대표 “최초의 자부심, 세계로 이어가고파”
손대범()
기사작성일 : 2017-04-21 11:15

국내최초 맞춤형 휠체어 제조 휠라인 금동옥 대표

“최초의 자부심, 세계로 이어가고파”

 

[점프볼=손대범 기자]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1981년에 법으로 지정된 기념일이다. 농구잡지 점프볼은 2017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선수용 휠체어 제조업체인 ‘휠라인’을 찾았다. 2014년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15년만에 금메달을 거머쥔 한국 휠체어농구 대표팀 선수들을 비롯하여 국가대표 100여명을 위한 선수용 휠체어를 제작해온 곳이다. 금동옥 휠라인 대표(45)로부터 선수용 휠체어를 제작하게 된계기와 현황, 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휠라인 공장은 여느 제조공장과 다를 것 없이 분주하고 활기찼다. 자재를 깎고 다듬어 넘기면, 다음 담당자가 끼워 맞춘다. 다른 한 쪽에서는 재봉틀 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드르륵- 드르륵-. 그 숙련된 솜씨에 감탄하면서도 감히 입 밖으로 소리는 내지 못했다. 한 치 오차도 없어야 하는 작업의 연속. 옆에 서 있는 것조차 거슬릴까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조립된 제품은 테스트를 거친다. 직접 굴려보고 앉아보고 문제는 없는지 정밀한 확인 과정이 필요했다. 실제 휠체어농구 선수로 뛰고 있는 직원의 엄격한 테스트 과정에서 OK 사인을 받아야 출고가 가능하다. 그렇게 10여명의 공동 작업이 끝나면 마침내 제품이 빛을 보게 된다. 이상은 휠라인에서 탄생하는 스포츠 휠체어 제조 과정이다. 대부분의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종목마다 특성이 다르고, 선수마다 안고 있는 장애의 정도가 다르기에 자동차 부품 만들 듯 찍어낼 수 없다. 국내에서 이렇게 맞춤 휠체어를 제작하는 업체는 휠라인이 유일하다. 이전까지 고가의 휠체어를 구입하는 건 해외에서나 가능했다. 그러나 2001년 6월 설립 이래 휠라인은 국내에서 휠체어 스포츠를 하고 있는 선수 대부분이 찾는 우수 브랜드로 성장했다. 해외에도 진출했다. 금동옥 휠라인 대표의 의지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불의의 사고로 장애 판정…그 뒤 시작된 도전


벌써 20년도 더 된 일이다. 불의의 사고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어떻게든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에 사고 전 자동차 정비 경력을 살려 일을 시작했다. 휠체어를 만드는 일이었다. 창고를 빌린 뒤 용접기와 커팅기를 들여놨다. 자동차보다는 쉽지 않겠냐는 생각에 여러 시도를 거듭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얼마 가지 못해 접었습니다. 경험도 적었고, 자본력도 부족했죠. 대량으로 생산하는 일은 한계가 있었어요. 하지만 포기한 건 아니었어요. 다시 구상을 시작했죠.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러다 떠올린 것이 바로 ‘맞춤형 휠체어’였다. 평소 여러 운동을 좋아했던 금동옥 대표는 스포츠용 휠체어를 맞춤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고가의 수입품 사용으로 인한 장애인들의 부담을 덜어줘야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부족한 기술력은 선수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조언을 구해 다듬고, 또 다듬었다. “처음에는 럭비용 휠체어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선수들 반응이 별로더군요(웃음). 아무래도 수입품에 익숙하다보니 어려운 면이 있었죠. 휠체어 스포츠선수들도 장비에 대한 욕심이 있거든요. 종목별, 장비별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마음으로 시작한 도전은 마침내 휠라인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럭비를 시작으로 테니스, 댄스스포츠, 사격, 펜싱, 배드민턴 전용 휠체어 제작으로 이어진 것이다. 금동옥 대표는 ‘마지막 도전 과제’가 바로 농구였다고 밝혔다.

 

“휠체어 스포츠의 꽃은 농구입니다. 동작이 가장 많은 스포츠죠. 순간 스피드가 중요할 뿐 아니라, 턴(turn) 동작도 많고, 충돌도 잦다는 특성이 있죠. 그동안 쌓은 노하우가 도움이 됐습니다. 가장 마지막에 시도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탄생한 농구용 휠체어는 현재 휠라인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 중 하나가 됐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농구 대표팀 선수들을 비롯하여 국내 휠체어 농구팀 대부분이 휠라인 제품을 찾고 있다. 금동옥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는 90% 이상의 판매율을 기록 중”이라고 귀띔했다. 장애인들에게 있어 휠체어는 자동차나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 신뢰의 바탕에는 ‘소통’이 있었다.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는 종목 특성이나 장애 상태를 듣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기술이 좋은 선수들에게 계속 이야기를 듣습니다. 또한 저희 공장에서도 선수로 뛰고 있는 직원이 직접 테스트에 나섭니다. 어떻게 타야 할 지 ‘몸’으로 아는 분이죠. 그 분의 OK 사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결코 출고될 수가 없습니다.”

 

금 대표가 말한 직원은 바로 김호용(제주도휠체어농구단, 45세) 씨다. 김동현과 함께 한국 휠체어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농구에서 작전을 통해 스크린이 이뤄지고 슛이 터지듯, 김호용 씨는면밀한 공정 과정을 통해 탄생한 휠체어에게 숨을 불어넣는 마지막 과정을 맡고 있었다.

 

출고가 끝이 아니다. 국내 휠체어 스포츠 대회가 열리는 현장에는 금동옥 대표와 휠라인이 있다. 장애인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현장이 상주하며 크고작은 고장이 발생하면 A/S를 도맡았다. 자사 제품이 아닌 해외 제품도 외면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얼마나 불편을 겪을 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브랜드의 경우는 수리까지 장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래서 저희 회사에 A/S를 맡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실정에 맞는 휠체어 준비 중


휠라인은 계속해서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어느덧 공장에서 한솥밥을 먹는 식구도 20명 가까이 늘었다. 대부분이 금 대표처럼 장애인이다. 수출도 늘고 있다. 중국에는 이미 대리점도 세 군데나 있고, 말레이시아나 대만과도 이야기 중이다. 이쯤 되면 매출액도 상당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금 대표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라 말했다. “대표인 제가 개발을 주도하다보니 경영은 미진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개발을 한다고 해서 당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항상 빠듯합니다. 한걸음이 아니라 반걸음씩 갔던 셈이죠. 결국 2012년에는 회사가 어려워져서 법인 회생 절차를 밟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종결되어 정상적인 기업으로 거듭났지만 여전히 ‘안 힘든 적이 없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힘들 때마다 그는 직원들을 생각한다고 했다. 많은 식구를 이끄는 입장에서 책임감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다 배워서 하는 것이니만큼 시행착오도 많이 발생합니다. 어려움도 많고요. 하지만 그때마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을 많이 합니다.”

 

금동옥 대표는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있어 아내 김경자 씨의 존재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힘들 때마다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고 했다. “힘든 일을 계속 견디다보니 이제는 ‘당연하다’고도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건 어떤 마음가짐이냐가 아닌가 싶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고민하고, 부딪치면서 생각한 것이 지금의 틀을 갖추게 한 것 같습니다.”

 

요즘 금동옥 대표는 저가의 휠체어를 보급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생활이 힘든 장애인들 실정에 맞는 휠체어를 제작하겠다는 것이다. “맞춤형 휠체어를 만든 노하우를 이용해 장애를 평생 가져가야 하는 분들을 위한 휠체어를 만들고 싶습니다. 작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단가가 높다는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습니다.”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 기업’인 휠라인은 기업 특색을 살린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이다. 앞서 언급했듯, 휠라인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중증장애인이다. 또한 경제사정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휠체어를 판매하거나 무상 기부도 해왔다. 매출의 10% 이상을 후원에 사용한 적도 있다.

 

금 대표는 “판매, 홍보하는 대리점 사장 및 영업 담당자도 모두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라 말했다.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지 않을까요? 휠체어를 가장 잘 알고, 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분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으로써 장애인들의 재활을 돕고 활동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올해의 장애인상(2016년)》,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상(2014년)》, 《대한민국 나눔실천대상(2013년)》, 《자랑스런 한국인 30명(2013년)》 등을 받았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선수들이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때 정말 뿌듯합니다. 누군가 만들지 않는 것을 저희가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금동옥 대표는 ‘선수들 곁에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선수들 몸에 잘 맞는 제품이 가장 좋은 제품 아닐까요. 계속 이야기를 듣고 수정해나갈 것입니다. 선수들도 계속해서 본인에게 관심을 갖고 궁금한 것, 건의하고 싶은 것을 말씀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희도 더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SIDE STORY | 휠라인을 이끄는 사람들

 


필자가 본사를 찾은 날, 휠라인은 총판 및 대리점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금동옥 대표는 정기적으로 총판 및 대리점 대표들을 대상으로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제품에 대한설명회를 갖는다고 했다. 휠라인 총판은 전국 7곳이 있다. 김인호(나주), 김동렬(순천), 김준호(경기도 의정부), 박진수(부산/경남), 정재성(대구/경북) 대표 등은 각각의 전문성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휠라인업 스포츠〉의 정재성 대표는 장애인 역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체육회 및 각 장애인 스포츠 팀에 홍보하며 대구/경북 지역에 휠라인을 알리고 있었다. 부산/경남 지역의 박진수 〈(주)위드힐〉 대표는 장애인식개선 교육센터 강사이자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면서 휠라인 총판을 이끌고 있었다. 〈(주)위드힐〉은 장애인 보장구 보급 및 연구 개발과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휠체어 수리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전라/나주 지역의 〈휠앤스〉는 한국보장구수리기능인 협회 회장을 맡아 휠라인의 신속한 A/S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고 있다. 또한 경기도 의정부 지역을맡고 있는 〈라온 케어〉의 김준호 대표는 대한장애인펜싱협회 사무국장의 경력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장애인 스포츠 선수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작용했다. 한편, 전라남도 〈한광메디칼〉의 김동렬 대표는 비장애인이지만, 보조공학, 차체수리 등에 대한 전문성을 살려 휠라인의 홍보와 신뢰도 향상에 기여하고 있었다.

 

SIDE STORY ② | 휠체어는 어떻게 생산될까


휠라인 제품은 한 곳에서 모든 제조 과정이 이루어진다. 캐드, 용접, 가공, 봉제, 조립을 거쳐 휠체어가 탄생한다. 생산은 주로 15~20일 정도 소요된다. 수입제품보다는 10일 정도 빠르다. 무엇보다 고객 불만족시 수정 및 재생산까지는 14일 정도로, 해외 제품에 비해 한 달 가까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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