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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FA’ 김정은 “하나은행에 고맙고 죄송…명예회복 할 팀 찾겠다”
손대범()
기사작성일 : 2017-04-17 03:27

[점프볼=손대범 기자] 2017년 자유계약선수(이하 FA) 1차 협상이 마감된 13일 저녁, 여자농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예상 외 대어가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정은(30, 180cm)이다.

 

김정은은 구단 제시액 2억원과 본인의 2억 5천만원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시장에 나서게 됐다. 2006년 겨울리그에서 신세계(현 KEB하나) 소속으로 첫 발을 내딛은 후 처음으로 팀을 떠나게 된 것이다.

 

비록 2년간 35경기를 뛰는데 그쳤지만, 구단들은 ‘김정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가 무섭게 김정은의 연락처와 집주소를 수소문하는 등 바삐 뛰고 있는 것. 알려진 바로는 KDB생명을 제외한 전 구단이 김정은 영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 우승 여행에서 돌아온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도 “놓칠 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릎 부상으로 최근 주춤했지만 김정은은 현역선수 중에서는 가장 득점력이 좋은 선수로 평가받아왔다. 통산 5,869점은 WKBL 역대 전(全) 선수를 통틀어 8위에 해당된다. 전성기처럼 30분 넘게 뛰며 꾸준히 득점을 올리진 못하더라도 그 기술과 경험, 리더십이라면 팀에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인 것이다.

 

하지만 정작 김정은은 아직까지 어디로 옮겨야 할 지 마음을 정하진 못한 상태다.

 

김정은은 16일 전화 인터뷰에서 KEB하나은행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12년이나 몸 담아온 팀을 떠나게 된 만큼 섣불리 결정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신중하게 생각해볼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다음은 김정은과의 일문일답.


Q. 현재 협상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어제(15일) 한 팀 만났고, 오늘도 오후쯤 다른 팀을 만나기로 했다.


Q. 오랫동안 몸 담아온 KEB하나은행과의 첫 협상이 결렬됐다. 시장에 나오게 된 이유가 있는가.
팀에 서운한 게 조금도 없었다면 거짓말 같다. 12년이나 몸 담았는데 단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이렇게 나오게 된 것은 아니다. 단지 최근에 팀을 옮겨야겠다고 생각한 결정적 이유는 있다. 우리 팀도 이제는 어느 정도 리빌딩이 된 팀이다. 후배들이 많이 성장했다. 내가 비시즌을 잘 소화해서 뛰게 된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후배들의 성장을 막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지난 2년간 부상 때문에 연봉에 비해 팀에 도움도 못됐다. 그래서 시즌 중 좌절도 많이 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이대로 조용히 은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Q. 팀에서 나오게 됐을 때 심경은 어땠나.
협상 결렬서를 쓰는데, 솔직히 이 팀에서 결렬서라는 걸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결렬됐다’라기보다는 은퇴했다는 기분이 들더라. 생각해보면 팀도 나름대로 나를 최대한 존중해주고, 대우를 해주었기에 미안한 부분도 있었다. 굉장히 오래 기다려주셨는데 부상 때문에 이렇게 된 것도 미안했다. 특히 내가 인수 과정에 있었던 선수여서 그런지, 팀에 굉장히 미안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대우를 해주셨던 부분에 대해서는 고맙기도 했다.


Q. 후배들도 아쉬워했을 것 같다.
숙소에 남겨놓은 짐 때문에 박언주 선수에게 전화했는데, 후배들이 모여있는 것 같더라. 전화기 넘어서 우는 소리도 들렸다. 문자 메세지를 보내준 선수들도 있었다. 찾아가서 한 번은 인사를 해야 하는데, 후배들 볼 용기가 안 난다. 결렬되고 정말 많은 분들이 생각났지만 그 중에서도 팀 후배들이 제일 생각이 많이 났다.


Q. 다른 구단들이 비상에 걸렸다더라. 그래도 여전히 많은 구단들이 필요로 하는 선수라는 걸 알게 된 대목 같은데?
결렬 직후에는 정말 많이 울었다. 너무 혼란스러워서 전화가 정말 많이 왔지만 받을 여력이 안 됐다. 하루 정도는 휴대폰을 꺼두었다. 남편, 동생과 함께 있으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지금은 오는 전화는 다 받고 있다. 사실 지난 2년, 특히 지난 시즌에는 스스로도 ‘김정은, 너 너무 비참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여기서 끝나는 건가 불안하기도 했다. 스스로 몸 상태가 좋은 상태에서 나온 것도 아니라 위험 부담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팀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마웠다.


Q. 이적하고 싶은 팀은 정해뒀나. 그렇지 않다면 어떤 팀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은 내 몸 상태를 이해해주고 기다려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선수로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구단이다.


Q. 다들 걱정하고, 궁금해 하는 부분이 무릎이다. 정확히 어느 정도인가.
지금은 운동 없이 쉬는 기간이니 아프지는 않은 상태다. 지금은 내 입으로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기는 애매한 것 같다.


Q. 데뷔 후 줄곧 주득점원 자리에서 활약해왔다. 하지만 새로운 팀에서도 지난 시즌처럼 주전이 못 될 수도 있다. 몇몇 농구인들은 과연 ‘주전’, 혹은 ‘핵심’ 자리를 놓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하더라.
구단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당장 전력적으로 큰 도움이 되길 바라는 것보다는 리더십이나 경험 등 외적인 부분을 높이 평가해주더라. 나름대로 정말 뿌듯했다. 팀 고참들은 팀의 거울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여자농구가 전체적으로 세대교체 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느 팀에 가더라도 모범적으로 후배들을 잘 이끌고, 도움도 되고 싶다.


Q. 신세계와 KEB하나은행 시절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결렬서를 쓰고 나서 집에까지 걸어갔다. 한참을 걸으며 생각해봤지만, 역시 신세계가 해체되고 인수되기까지의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 그 시절 언니들과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이번에도 언니들이 다들 위로를 많이 해주셨다. 인수 과정이 쉽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다. 팀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보니 다들 불안해했다. 그래서인지 창단식 때가 생각이 많이 났다. KEB하나은행 유니폼을 입고 뛰면서 늘 내 손으로 우승을 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어렵게 인수해주신 만큼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이 팀에서 결혼하게 된 만큼 이 팀에서 은퇴도 하고 싶었다. 정말 많이 응원해주신 김정태 회장님이나 다른 임직원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팬들에게도 고맙고 죄송하다.


Q. 아직 기간이 남았다. (2차 협상은 23일까지다.) 언제쯤 결정을 내릴 것 같나.
1~2년도 아니고 12년을 있었기에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다. ‘먹튀’도 맞고, ‘유리몸’도 맞다. 그래서 비난도 많이 받았다. 그런 만큼 굉장히 신중하다. 당장은 구단들을 다 만나보고 신중히 생각하겠다.

 

#사진=점프볼 DB(신승규,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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