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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양지희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곽현(rocker@jumpball.co.kr)
기사작성일 : 2017-04-14 12:25

[점프볼=곽현 기자]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통합 5연패 주역인 양지희(33, 185cm)가 은퇴한다. 양지희는 우리은행의 우승여행 종료 후 구단과 은퇴에 합의했다고 한다.

 

광주수피아여고 출신인 양지희는 2003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전체 4순위로 신세계(현 KEB하나은행)에 지명됐다.

 

양지희는 신세계 시절만 해도 그저 힘과 투지가 좋은 유망주였다. 그런 그녀의 농구인생에 전환점이 된 건 우리은행으로 이적하면서부터다. 2010년 트레이드를 통해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양지희는 이후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된다.

 

2012년 위성우 감독이 부임하면서 우리은행은 여자농구를 호령하는 절대강자로 군림했고, 양지희도 여자농구 최고의 센터로 자리매김했다. 2015-2016시즌엔 베스트5와 함께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1984년생인 양지희의 은퇴 소식에 팬들은 의아함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팀에 임영희(1980년생)나 삼성생명 허윤자(1979년생)등 베테랑들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다소 이른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

 

양지희는 은퇴 이유를 무릎 부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실 시즌 전에 왼쪽 무릎이 아팠을 때 은퇴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이번 시즌까지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재활훈련을 하면서 했는데, 무릎이 많이 아팠다. 그러다보니 스트레스가 컸다. 밸런스가 안 잡히다보니 농구도 하기 싫어졌다. 열심히 뛰어도 모든 기록이 0이 나오는 걸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비참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마지막까지 멋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그게 안 돼서 아쉽다. 병원에 가보니 연골이 10%밖에 안 남아있다고 하더라. 많이 뛰면 무릎에 물이 찬다. 물이 찬 게 굳어서 인대를 찌르는 바람에 통증이 있다. 병원에서는 은퇴를 해도 정상적으로 생활하기 위해선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 달에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양지희는 지난 시즌 무릎 부상 탓에 결장한 경기가 많았고, 끊임없는 재활훈련을 했다. 연골은 재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술을 해도 100% 회복이 안 된다. 지난 시즌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코트에 설수 없던 양지희로선 은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양지희의 은퇴 사실은 팀원들에게도 이번 우승 여행에서야 알려졌다. 팀원들 모두 갑작스런 은퇴 소식에 당황스러웠다는 반응이다.

 

양지희는 지금까지 선수 인생을 돌아보면 어떠냐는 질문에 위성우 감독 얘기부터 꺼냈다. “감독님이 날 힘들게 하고 못되게 굴어서 싫었다(웃음). 근데 감독님이 없었으면 우승도 못 했을 거고, MVP도 못 탔을 거다. 이렇게 발전하지 못 했을 것 같다. 항상 ‘난 센터니까 안 돼. 순발력이 떨어져서 안 돼’라는 생각 속에 갇혀있었다. 근데 그런 선입견을 깨준 게 감독님이다. 미울 때도 많았지만, 그런 부분에서 감사한 건 부정하지 못 할 것 같다. 아마 감독님을 안 만났으면 더 일찍 은퇴했을 것 같다.”

 

위 감독에 대한 미움과 고마움은 가장 기억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양지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꼽았다.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그 때 몽골, 중국, 일본과 3경기를 하기 위해서 4개월을 훈련했다. 대표팀에 있으면서 감독님이 우리은행 선수들만 혼을 내셨다. 내가 센터 중에 막내였는데, 그리 크게 잘못도 안 했는데, 혼이 나니까 서러웠다. 난 경기도 거의 못 뛰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승전 때 전반엔 거의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경기가 잘 안 풀려서 우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에 출전기회가 있었고, 우리가 잘 하면서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우승 순간에 코트에 있으면서 그 동안의 설움이 해소됐던 것 같다.” 양지희에게 위성우 감독은 무섭고 모질지만, 자신을 농구선수로서 키워준 은인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양지희는 은퇴 후 계획에 대해 “어학연수를 가려고 했다. 지금까지 운동만 해왔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게 많다. 여행도 가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 영어를 좋아한다. 나중에 영어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책 읽는 것도 좋아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잘 못 했다. 그런 사소한 것들을 누리면서 살고 싶다. 어학연수는 무릎 수술 때문에 좀 미뤄야 할 것 같다. 남편이 처음엔 어학연수를 반대했는데, 내가 원하는 거라고 하니 승낙해줬다. 아이는 그 후에 낳고 싶다. 시댁에서도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니 기특해 하신다”고 전했다.

 

양지희는 최근 몇 년간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하며 여자농구의 골밑을 지켰다. 이제 양지희가 은퇴하면서 여자농구 센터진도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지희는 마지막으로 팬들에 대한 인사를 부탁하자 “그렇게 잘 하는 선수도 아니었는데, 많이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면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여자농구에 더 관심 갖고 사랑해주시면 좋겠고, 내가 있을 때보다 여자농구가 더 큰 인기를 누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 점프볼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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