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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마니아' 이제는 ‘왕조’의 숨은 공신, 우리은행 유미예 통역
곽현(rocker@jumpball.co.kr)
기사작성일 : 2017-03-21 09:58

[점프볼=곽현 기자] 5년 연속 정상에 선 우리은행의 우승 비결은 탄탄한 조직력에서 찾을 수 있다. 코칭스태프와 국내선수, 외국선수까지 같은 목표로 흔들림 없이 달렸다. 유미예(32) 통역도 빼놓을 수 없다. 올 시즌의 존쿠엘 존스, 모니크 커리를 비롯하여 샤데 휴스턴, 쉐키나 스트릭렌 등 개성 강한 외국선수들이 팀에 녹아들 수 있도록 잘 도와왔다. 열정적인 여자농구 팬에서 이제는 여자농구 판도를 주도하는 왕조의 일원이 된 유미예 통역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3월호에 실린 기사로 인터뷰는 2월에 진행됐음을 알립니다.

 

Q. 우리은행 통역은 언제부터 하게 됐나요?
2012년 외국선수 제도가 부활하면서 하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여자농구를 좋아했어요. 스포츠 팬이셨던 아버지 영향이죠. 어릴 때 현대산업개발 경기를 봤는데, 그 땐 유니폼이 좀 이상했어요. 쫄쫄이 유니폼이었죠(웃음). ‘왜 저런 걸 입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 때 전주원 코치님을 본 거에요. 정말 잘 하셨죠. 그 때부터 코치님의 팬이 됐던 것 같아요. 경기장도 찾아다니고요. 그러다 미국에 어학연수를 다녀왔는데, 지인이 우리은행 통역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묻더라고요. 근데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거절을 했어요. 전공이 무역 쪽이라서 관련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전주원 코치님이 직접 연락을 하셨어요. ‘시즌 계약이니까 한 시즌만 해보자’고요. 그게 벌써 5년째네요(웃음).

 

Q. 영어는 언제부터 공부했나요?
어학연수 가기 전에는 전혀 못 했어요. 애리조나로 1년 4개월을 다녀왔는데, 그 때 영어를 배웠죠. 원래 중국어도 배우고 언어를 좋아했어요. 미국에선 친구들과 놀면서 자연스럽게 잘 하게 된 것 같아요. 언어를 잘 하면 장점이 많아요. 2015년 중국에서 열린 FIBA 아시아선수권대회도 통역으로 다녀왔죠.

 

Q. 통역에 대한 대우는 어떤가요?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매니저나 트레이너들이 저보다 훨씬 더 힘들게 일을 하는데 뒤에 있어서 가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감독, 코치님부터 선수들까지 전부 숙소에서 생활하는데 외국선수들과 저만 출퇴근을 하고 있어요. 지난 시즌까지는 저도 숙소에서 살았는데, 이번 시즌부터 방을 얻어서 출퇴근하고 있어요.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집이 있고, 출퇴근 할 때마다 외국선수들을 데리고 다니죠. 존스와 커리는 같이 지내요. 커리 같은 경우 처음엔 같이 사는 걸 못마땅해 했는데, 지금은 둘이 정말 친해요. 제가 없이도 둘이 같이 잘 놀러 다니죠.

 

Q.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해서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주위에서 그래요. 그렇게 농구를 보는데 쉬는 날까지도 농구를 보고 싶냐고요. 경기가 없는 날에는 외국선수들이랑 같이 경기장을 가기도 하거든요. 근데 저희는 재밌어요. 저희끼리 보면서 같이 중계를 하기도 하죠(웃음).

 

Q. 통역이 된 후 계속해서 우승하고 있어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한 팀에서 계속 통역을 할 수 있어 좋고, 우승을 할 수 있는 것도 정말 영광인 것 같아요. 게다가 우리은행에 온 이후 매년 우승하고 있으니 더 영광스럽죠.
 

Q. 통역 입장에서 보는 위성우 감독은?
완벽을 추구하는 분이세요. 하나하나 굉장히 디테일하게 요구하세요. 그냥 지나갈 수 있는 것도 다 짚고 넘어가시죠. 외국선수들도 처음에 오면 지지고 볶고 하는데, 나중에는 다 많이 배워서 간다고 해요. (쉐키나)스트릭렌도 존스한테 ‘너도 많이 배워갈 거야’라고 얘기해줬대요. 감독님의 그런 섬세함이 선수들을 많이 바꾼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예전 선수들이랑 연락하면 감독님 안부를 물어봐요. 샤데(휴스턴)도 그래요. ‘위성우는 날 바꾼 사람’이라고요. 인성적인 부분을 많이 배운 것 같대요. 샤데도 처음 왔을 때는 애를 많이 태웠거든요.

 

Q. 라커룸 분위기가 궁금해요. 이겨도 늘 분위기가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1, 2쿼터를 잘 해도 3, 4쿼터가 중요하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요. 특히 리바운드가 잘 안 되면 혼나요. 감독님에 대해 처음에는 다들 오해를 하기도 해요. 저도 처음에 충격을 많이 받았죠(웃음). 감독님이 칭찬할 때요? 많지는 않은데, 할 땐 하세요!

 

Q. 위성우 감독이 워낙 성격이 불같잖아요. 통역할 때 난처하기도 할 것 같은데요.
처음에 감독님이 어떤 식으로 통역을 하라고 구체적인 얘기는 안 하셨어요. 한국 사람도 욕먹으면 기분이 나쁜데, 외국사람이 멀리까지 와서 들으면 기분이 나쁘겠죠. 최대한 순화해서 하려고 해요.

 

Q. 존스와 커리 모두 ‘한 성질’하는 선수들이라 조마조마할 거 같아요.
네. 그래서 시즌 초반엔 너무 불안했어요. 커리는 감독님께서 누누이 부탁을 하셨어요. 경기 중 감정조절을 해달라고요. 커리가 경기 때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곤 하는데, 고치려고 노력하겠다고 했죠. 오힐 존스가 ‘의외의 복병’이었어요. 연맹에서 테크니컬파울 봉투를 받은 적이 없었는데, 존스 덕분에 처음으로 봉투를 받았죠(웃음).

 

Q. 옆에서 지켜본 존스와 커리는?
둘 다 정말 열심히 해요. 커리는 의외였어요. 연습할 때만큼은 최선을 다 하죠. 투덜투덜 거리긴 하지만요. 국내선수들이 뛰는 훈련을 할 때 외국선수들은 빠져있는데, 한 번은 커리가 (임)영희 언니한테 바꿔주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다혈질이라 밖에서 안 좋게 볼 수도 있지만, 둘 다 흥도 많고 친화력도 좋은 선수들이에요.

Q. 존스는 처음 왔을 때 플레이스타일을 잡아주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원하는 건 포스트 플레이였으니까요. 존스는 밖에서 플레이를 많이 했어요. 반발도 있었죠. 슛을 못 쏘게 하는 게 제일 컸어요. 슛을 좋아하기도 하고, 잘 쏘기도 하니까요. 포스트에서 좀 더 버텨주길 바랐어요. 합의점을 찾으려고 했죠. 거의 감독님께서 1대1로 가르치셨어요. 노력을 많이 하면서 팀에 잘 녹아든 것 같아요.

 

Q. 외국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관계는 어떤가요?
좋아요. 평소엔 장난도 잘 쳐요. 존스는 감독님 말투를 흉내 내기도 해요. 대신 운동할 때 안 하면 불호령이 떨어지죠. 전 불안해하고요(웃음).

 

Q. 통역할 때 농구 용어 설명이 어렵지 않나요. 또 감독님 말이 무척 빠르잖아요?
처음 통역할 땐 20초 작전타임도 있었는데, 엄청 떨렸어요. 카메라도 들어오잖아요. 작전타임 때만 되면 떨렸어요. 그래서 타임아웃을 안 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죠. 하하! 라이브 인터뷰는 정말 하기 싫었죠.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아요. 근데 용어가 한국과 미국은 좀 다르더라고요. 한국에서 쓰는 용어를 얘기하면 선수들이 못 알아들을 때가 있어요. 처음에는 그걸 이해시키는 게 중요했죠.

 

Q. 외국선수들은 훈련이 없을 때 주로 뭘 하고 지내나요?
둘이 잘 어울려요. 밥 먹으러 나가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해요. 지하철을 편해하더라고요. 제가 쇼핑몰, 영화관을 데려가기도 했죠. 한국음식도 진짜 잘 먹어요. 저번엔 감자탕을 먹었는데, 둘 다 정말 잘 먹더라고요. 스프 같데요.

 

Q. 남자경기를 보고 도움을 받기도 할 것 같은데요.
처음 할 때 남자농구, NBA, WNBA 경기를 많이 봤어요. 해설자들이 각 상황에서 어떻게 표현하는지 들으려고 했죠. 남자농구 통역 중에선 모비스 통역분이 인상적이었어요. TV로 봤는데 정말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Q. 가장 힘들 땐 언제인가요?
중간 입장에서 얘기를 전달하는 게 힘들어요. 하루 종일 말을 해야 하죠. 지금은 괜찮은데 시즌 초반엔 진짜 바빴어요. 감독님, 코치님 얘기를 다 전달해줘야 하니까요. 각자 요구하시는 부분이 다 달랐죠.

 

Q. 제일 기억나는 외국선수는 누구에요?
티나(탐슨)는 자기 관리가 정말 대단한 선수였어요. 또 제가 팀에 더 오래 있을 수 있게 도와준 선수죠. 어떤 부분에선 저보고 신경 쓰지 말라고 조언도 해줬죠. ‘내가 어떤 표정을 지어도 화난 게 아니니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도 했어요. 카리스마가 최고에요. 사실 좀 무섭기도 했죠(웃음). 근데 정말 많이 챙겨줬어요. 아들인 딜런이 저를 친구처럼 대하려고 하자, 전 자기 친구라고 막아주기도 했죠. 3년 동안 같이 있었던 사샤(굿렛)도 기억에 남아요. 외국선수들과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지만, 함께 한 시간이 참 즐거웠던 것 같아요.

 

Q. 일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자신의 책상을 가리키며) 노엘(퀸)과 샤데가 떠나면서 카드를 써서 주고 갔어요. 고맙다고요. 제가 있어서 좀 더 편하게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대요. 그 말 듣고 ‘내가 헛일 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우승했을 때가 제일 기쁘죠. 저도 수고했다는 말을 듣고요. 외국선수들이 잘 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사진 - 문복주 기자,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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