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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 도약 이끈 듀오, 어천와 & 쏜튼이 말하는 한국여자농구
맹봉주(realdeal@jumpball.co.kr)
기사작성일 : 2017-03-06 04:07

[점프볼=맹봉주 기자] 지난해 여름. 시즌 개막준비에 한창이던 부천 KEB하나은행의 숙소를 찾았다. 아직 외국선수는 합류하기 전이였다. 솔직히 말하면 팀 분위기가 정말 안 좋았다. 김정은, 김이슬, 염윤아 등 지난 시즌 주전 대부분이 부상으로 재활 중이었다. 어린선수들이 열심히 해줬지만 생각만큼 올라오진 않았다.

 

잔뜩 기대를 안고 외국선수 드래프트 전체 6순위로 뽑은 에어리얼 파워스마저 고관절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낙마했다. 꼴지는 물론이고 시즌 5승은 넘길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현재 KEB하나은행은 완벽한 반전드라마를 쓰며 10승 12패(1월 16일 기준)로 단독 3위에 올라있다. 이대로 간다면 플레이오프도 바라 볼 수 있다. 그 배경엔 WKBL 최고의 외국선수 듀오로 뽑히는 나탈리 어천와(25, 191cm)와 카일라 쏜튼(25, 185cm)이 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어천와와 쏜튼이 바꾼 것

1라운드 5전 전패를 당할 때까지만 해도 이번 시즌 KEB하나은행의 미래는 어두웠다. 하지만 2, 3라운드 8승 2패를 기록하며 전혀 다른 팀이 됐다. KEB하나은행 이환우 감독대행은 달라진 이유로 어천와와 쏜튼의 활약을 첫 손가락으로 뽑았다.

 

“외국선수가 오기 전만해도 우리 팀 공격루트는 강이슬 하나였다. 하지만 어천와와 쏜튼이 합류하며 공격 활로가 다양해졌다. 국내선수들도 이전보다 좀 더 여유를 갖고 농구를 하게 됐다. 1라운드에 전패했지만 충분히 반등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유다.”

 

현재 어천와는 평균 20분 28초를 뛰며 12.5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쏜튼의 기록은 14.68득점 8리바운드. 이상적인 출전시간 배분에서 드러나듯 두 선수 중 누가 코트 위에 들어가도 제 몫을 해준다. 외국선수가 주전과 백업으로 나뉘어져 있는 대부분의 팀들과는 다른 대목이다. 적어도 KEB하나은행만큼은 주전과 백업의 개념이 없다.

 

특히 이환우 감독대행이 어천와와 쏜튼에 대해 가장 크게 칭찬하는 부분은 빠른 한국생활 적응이다. 나이지리아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어천와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나라를 돌며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학창시절은 미국 인디애나에서 보냈고 이탈리아 프로리그에서 뛴 경력도 있다. 한국은 처음이지만 낯선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랐던 이유다.

 

쏜튼도 이런 어천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완벽히 한국생활에 적응한 어천와가 쏜튼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덕분에 쏜튼도 별 무리 없이 우리 팀에 녹아 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에서 성공하고 싶은 본인의 의지 또한 강했다. 쏜튼은 이스라엘 리그에서 파워스의 대체선수로 KEB하나은행에 합류할 당시 바이아웃 금액의 일부를 자비로 해결했다. 한국에서 선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싶은 욕심이 컸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문화에 대한 빠른 적응과 강한 동기부여는 두 선수가 WKBL 데뷔 시즌부터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Q.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외국선수 듀오로 뽑히고 있다.

어천와: 우리 둘은 성격이나 플레이 스타일이 정반대다. 이런 점이 오히려 잘 맞는 것 같다. 쏜튼은 빠르고 리바운드를 잘 잡아내며 공격 성향이 강하다. 나는 세트 플레이에 강점을 보인다.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선수가 있다는 건 팀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경기 상황에 따라 나와 쏜튼이 번갈아 나오니 위력이 배가 되는 것 아닐까?

 

쏜튼: 열심히 하다 보니 좋게 봐주는 것 같다(웃음). 어천와와 교체되어 들어갈 때 어천와의 자리를 메우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개인 욕심보단 팀 플레이에 집중하는 게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Q. 처음 농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어천와: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했다. 처음엔 축구를 했었는데 내가 키가 크다보니 축구 코치님이 농구를 해보라고 추천해주면서 농구 선수의 길로 가게 됐다.

 

쏜튼: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농구선수 집안이다. 가족들이 대부분 농구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농구를 한 것 같다. 


Q. 두 선수 모두 한국은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다. 어천와는 지난 시즌 외국선수 드래프트에 도전했었고 쏜튼 역시 지난 시즌부터 대체선수 1순위로 언급이 많이 됐었다. 특히 쏜튼은 바이아웃 금액 중 일부분을 본인이 지불하면서까지 KEB하나은행에 왔다.

어천와: 지난 시즌 WNBA가 아닌 해외리그에 처음 도전하게 되면서 WKBL 드래프트에도 지원했다. 하지만 드래프트 전 이탈리아 리그에서 영입의사를 나타내 오지 못했다. 이번에는 스스로 도전한다는 마음을 먹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KEB하나은행에 지명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정말 흥분됐다. 새로운 문화와 리그를 경험한다는데 기대가 많았다. 특히 한국에 오기 전 WKBL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들은 것도 영향이 있었다.

 

쏜튼: 갑작스럽게 한국에 오게 됐지만 나에게는 축복이었다. 사실 오래 전부터 한국이 좋았다. 어천와와 마찬가지로 한국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한국에 오는 게 불발 돼 아쉬웠다. 다음에 기회가 오면 꼭 한국에 가고 싶었는데 다행히 KEB하나은행에게 연락이 왔다. 내가 바이아웃 금액을 냈다는 건 어떻게 알았나? 그만큼 한국에 오고 싶었다. 금전적인 손해가 조금 있더라도 한국에서 농구를 하고 싶었다.


Q. KEB하나은행은 지난 시즌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며 올 시즌 리빌딩에 들어간 팀이었다. KEB하나은행에 처음 합류했을 때의 분위기가 궁금하다.

어천와: 여기 오자마자 확실히 리빌딩 팀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어린선수들이 많았고 재활 중인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숙소도 이사했다. 우리 팀 슬로건인 ‘ONE TEAM, NEW START!'라는 문구만 봐도 이 팀이 리빌딩을 막 시작했다는 것을 단번에 눈치 첼 수 있었다.

 

쏜튼: 어천와 말에 공감한다. 다만 나는 어천와 보다 늦게 팀에 합류해서 적응기간이 짧았다. 시즌 개막 5, 6일 전에 왔으니 말이다. 단기간에 외워야 할 패턴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어천와가 옆에서 도와줘 생각보다 빨리 적응했다.


Q. 외국선수로서 어린선수들이 많은 리빌딩 팀에서의 적응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천와: 아니다. 오히려 적응하기는 리빌딩 중인 팀이 더 쉽다. 만약 모든 게 준비되어 있고 선수들이 각자 알아서 할 일을 찾아서 한다면 외국선수로서 적응하기 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KEB하나은행은 코칭스태프부터 선수까지 모두 하나의 팀을 위해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첫 시작부터 함께 했기에 팀에 녹아드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쏜튼: 나도 어천와 말에 동의한다. 감독님은 이미 맞춰놓은 틀 안에 우리를 적응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와 어천아의 능력을 팀 플레이에 어떻게 융화시킬지를 먼저 생각했다.

 

 

Q. 시즌 개막 후 5연패했다. 이후 성적이 가파르게 올랐는데 달라진 점이 있었나?

어천와: 1라운드를 마칠 때만해도 정말 힘들었다. 매일 연습하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경기에는 잘 나타나지 않았고 연패가 길어지니 속상했다. 하지만 2라운드 들어서 선수들과의 호흡이 좋아졌다. 점점 맞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수비가 좋아지며 승리하는 경기가 늘어났다. 

 

쏜튼: 항상 같았다. 다만 외국선수들은 늦게 입국을 하다 보니 처음에 한국선수들과 맞춰볼 시간이 충분치 않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는 한국선수들과의 호흡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Q. 92년생 동갑내기다. 어천와가 말하는 쏜튼, 쏜튼이 말하는 어천와는?

어천와: 정말 시끄럽다(웃음). 쏜튼은 우리 팀의 분위기를 업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팀 분위기가 다운되거나 안 좋을 때 쏜튼의 밝은 성격이 도움이 된다. 

 

쏜튼: 재밌는 친구다. 나와는 다른 스타일로 재밌다. 내가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분위기를 올린다면 어천와는 표정이나 행동으로 사람들을 웃기게 해준다. 하지만 경기 때는 한 없이 침착하다. 마치 사일런트 킬러(SILENT KILLER)같다.


Q. 만약 서로 다른 팀에서 매치업 상대로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어천와: 연습 때마다 매치업해서 수비하는 것도 지긋지긋하다(웃음). 서로 워낙 잘 알다보니 수비하기가 힘들다. 정말 다른 팀으로 만나고 싶지 않은 선수다.

 

쏜튼: 그건 나도 똑같다. 웃겨서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다(웃음).


Q. 쏜튼은 여자농구선수로선 흔치 않게 마우스피스에 양 팔엔 암 밴드를 착용하고 있다. 리바운드를 잡고 속공을 나가는 모습은 NBA 클리블랜드 케빌리어스의 르브론 제임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쏜튼: 하하, 르브론 제임스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선수다. 하지만 개인적인 롤모델은 카와이 레너드다. 레너드를 보고 많이 따라하려고 한다. 대학시절에 입 쪽을 다친 적이 있어 그때부터 마우스피스를 착용하게 됐다. 암 밴드는 이스라엘 리그에서 뛸 때 왼쪽 팔꿈치를 다치며 처음 쓰게 됐다. 이후 WKBL 3라운드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오른쪽 팔꿈치를 약간 다치면서 양 팔에 암 밴드를 사용하게 됐다.

 

 

Q. 예전 인터뷰에서 한국여자농구에 대한 첫 인상을 물어본 적이 있다. 어천와는 대학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고 했고 쏜튼은 육상팀 같다고 했다. 지금도 그런가?

어천와: 그렇다. 대학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첫 인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여기는 정말 달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 그래서 정말 힘들다.

 

쏜튼: 하하, 나도 마찬가지다. WKBL은 여전히 하나의 육상팀 같다.


Q.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어천와: 대학시절엔 어리고 에너지가 넘칠 때니까 많은 공수전환을 가져갔다. 한국농구도 이와 비슷하다.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빠른 농구를 한다. 또 WKBL의 특징은 훈련량이 많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를 가도 한국처럼 하루에 2, 3번 훈련하는 리그는 없다.


Q. 대다수의 외국선수들이 WKBL 적응에 가장 힘든 점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훈련량을 말한다. 과도한 훈련으로 농구를 포기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선 한국농구계 안팎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두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나? 

어천와: 균형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훈련량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한다. 우리 팀은 하루는 웨이트, 하루는 훈련 1회 등 일정 조정이 있어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WKBL 전반적으로 보면 훈련량이 정말 많다고 느껴진다. 이러니 젊은 선수들이 빨리 에너지를 소비해버리고 농구를 그만두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외국선수니까 익숙하지 않아서 훈련을 줄이라는 소리가 아니다. 외국선수든 한국선수든 모든 선수들을 위해선 지금의 훈련량을 줄여야 된다.

 

또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부상이다. 한국에 와서 놀랐던 부분은 무릎 부상을 당한 선수들이 정말 많다는 거였다. 무릎에 테이핑을 엄청나게 하고 뛰는 선수들도 많았다. 무릎은 보통 과도하게 사용해서 다치는 경우가 많다. 적절하게 관리만 됐다면 없었을 수도 있는 부상이다. KB의 홍아란도 부상 때문에 잠시 농구를 접었다고 들었다. 홍아란의 나이는 고작 20대 초반 아닌가? 정상적인 몸 상태라면 절대 농구를 그만 둘 나이가 아니다. 또 좀 더 효율적인 부상 치료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외국은 빠른 회복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아이스베스(얼음목욕)를 한다. 좀 더 조사를 한다면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법들이 있을 것이다. 리그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쏜튼: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어천와가 다 했다(웃음).

 

 

Q.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국여자농구를 지탱하던 베테랑급 선수들이 대거 은퇴했다. 때문에 WKBL의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내려갔다는 평가가 많다. 두 선수가 보기엔 어떤가?

어천와: 글쎄. 현재 순위표를 한 번 보자. 우리은행을 빼면 모두 경기차가 얼마 안 난다. 한 경기 이기면 2등이고 지면 5등까지 밀려난다. WKBL이 전체적으로 리빌딩 과정에 있는데도 이정도 수준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어떤 해외리그는 ‘우리는 리빌딩 중이니까 이기든 지든 상관없어’하는 팀들도 많다. 하지만 WKBL은 매 경기 치열하다.

 

쏜튼: 해외리그 경험은 이스라엘과 한국뿐이라 이스라엘 리그와 비교하겠다. 이스라엘리그가 WKBL보다 나은 점은 없다. 이스라엘이 느슨한 분위기 속에 자유롭게 운동한다면 한국은 규율이 잘 갖춰진 느낌이다. 


Q. 두 선수는 연습 중이나 경기 중에도 잘 웃는다. 개인적으로는 농구를 즐기는 것 같아 보기가 좋다. 이는 국내선수에게는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다.

어천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지낼 땐 주위에서 내가 너무 진지해서 문제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선 내가 많이 웃는다고 하니 재밌다(웃음). 우리는 생업으로 농구를 하지 않나. 이는 축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무직으로 진지한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 놀이라고도 할 수 있는 농구를 한다. 공과 림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농구 말이다. 이런 농구를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면 축복이 아니고 뭐겠는가? 농구를 하는 게 재미가 없다면 농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쏜튼: 나는 원래 활기차고 즐거운 사람이다. 성격이 그렇다. 항상 웃으려고 노력한다. 기분이 정말 좋기도 하고, 가끔 기분이 울적하더라도 겉으로 잘 드러내진 않는다. 늘 웃으며 팀 분위기를 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몇몇 선수들은 왜 항상 웃고 있냐며 좀 더 진지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내가 웃고 있다고 진지하지 않은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선수들이 늘 짓는 멍한 표정으로 농구를 하기는 싫다. 어천와와 내가 온 이후 우리 팀에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한국선수들도 웃는 경우가 많다. 농구는 즐거워야 한다. 기분 좋게 해야 된다. 비단 한국선수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많이 웃으라고 말이다.


프로필_
나탈리 어천와
캐나다, 1992년 11월 22일생, 191cm/88kg, 노틀담 대학교, 부천 KEB하나은행

 

카일라 쏜튼
독일, 1992년 10월 20일생, 185cm/85kg, 텍사스대학교, 부천 KEB하나은행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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